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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밍치 Aug 07. 2024

학교는 가고 싶은데
수업은 듣기 싫어요

-군복학 후 대학생활 희망편-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전공학점? 대기업에 취직하기? 부모로부터의 독립? 알바를 통한 근로소득? 대답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해답들이 있다. 나는 다름 아닌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 말썽인 경우보단 사람이 말썽인 경우가 훨씬 많다. 힘든 일이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어찌저찌 계속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마련. 결국 중요한 건 사람, 그리고 그들과 맺는 관계라고 본다. 나는 이 점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관계의 중요성에 눈 뜬 건
동아리에서였다.


동아리가입 직후 세 달 간은 혼이 쏙 빠지게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코로나학번이라 누리지 못 한 이상적인 대학생활을 꽉꽉 눌러담은 느낌이었다. 당시 나의 하루일과는 이러했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오전 10시 즈음이면 짐을 챙겨 학교로 향했는데, 마땅히 할 일이 있었다기 보다는 아리방에 눌러앉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동방에서 놀려고 학교를 나갈 정도였다. 당연히 학교수업 따위 머릿 속에 들올리가 만무했다. 인생에서 가장 출튀(출석하고 강의 튀기)를 많이 한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싶다.


알차게도 놀았다.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방에 모여서 떠드는 게 일상이었다. 배고파지면 학교 근처 밥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시험기간에는 공부다는 핑계로 모여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나 많았던건지 한 번 만났다하면 두세시간은 훌쩍 지나갔었다. 맥주 한 캔 들고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밤을 샜던 적도 있었다. 캠퍼스를 거닐다보면 하루에 한 두명씩은 꼭 아는 사람을 만났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아리방에 도착해있었다.


동아리 활동도 참 열심히 참여했었다. 평소에는 다들 헛소리만 늘어놓으며 깔깔대기 바빴지만 활동이 시작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다소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참여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중에도 혼자만 진지해서 어색한 기류가 흐른 적도 있었다. 진지한 건 마냥 숨겨야하는 속성이라고만 생각했다. 우리 동아리에선 그렇지 않았다. 


내 대학생활의
기쁨, 보람, 성공,
신뢰, 유대, 행복,
따위와 같이 모든 몽글몽글한 감정은
우리 동아리에 있었다.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만큼 쌓여가는 인연이, 그리고 추억이 있었다. 학교 축제, 중간고사, 할로윈, 기말고사, 크리스마스를 지나 어느덧 한 해가 마무리될 즈음이었다. 동아리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았고 한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였다. 대학 내의 그 어떤 공간보다도 동아리방이 나에게는 더 편했다. 무의식 중에 이곳은 내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애정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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