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밍치 Oct 13. 2024

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였을까 (2)

-흥하는 동아리에서 망하는 동아리로 갈 수밖에 없던 세 가지 패착-

내가 사랑하는 우리 동아리를 살려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던 나, 노력이 무색하게 모든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고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일에 지버렸다. 결국 번아웃이 와버리기에 이르는데. 지나간 일을 곱씹는 데는 의미가 없다지만 이번만큼은 경우가 달랐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깡그리 고쳤어야 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였을까.

문제는 세 가지였다.
인격의 실패, 패턴의 실패, 기획의 실패.


이번 글에선 패턴의 실패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지난 글에서는 나의 인격이 동아리 운영에 미친 영향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인격적인 반성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과해질 경우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과실로만 돌릴 위험이 있다. 세상에 한 명만 잘못해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없는 일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 을 가장 강조하고 싶. 시적이고 복합적인 분석이랄까?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변화가 없으니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더 큰 무언가를 놓치고 있나?


나 자신을 탓하기도 지쳐갈 무렵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기엔 이미 자괴감이 극에 달했다. 막연하게 열심히, 잘 해보자는 것 말고도 더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고 싶었다. 처음엔 회의적이었다. 더 열심히 할 생각은 안 하고 한 눈 파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근데 이 한눈팔기라는 게 생각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사람들의 움직임이었다. 어떤 활동에 많이 참여하는지, 언제 사람들이 가장 북적거리는지 따위를 유심히 살폈다. 랍게도 이 활동참여율이라는 것에는 패턴이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에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는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팍 꺾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가파르게 꺾이느냐, 결국 몇 명이 남느냐 정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용두사미라는 기본구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때를 즈음하여 더 세밀한 분석을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톺아본 건 조직구성. 신입부원과 기존부원 중 비율이 더 높은 쪽은 어느 쪽인지, 기존부원들은 몇 학기 동안이나 연속하여 활동했는지 따위를 닥치는 대로 조사했다. 율이 가장 높은 것은 신입부원들이었으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기존부원의 경우, 활동기간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그 비율이 적었다. 특히, 4학기 이상 활동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대학교 특성상 고학년이 되면 취업이니 진학이니 하는 문제로 바빠져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오래 활동을 해왔던 OB들이 갑자기 탈퇴한다고 하면 십중팔구 취준이나 대학원 때문이었다.

그렇다. 내 잘못이라고만 생각했던
일련의 사건들에는
 패턴이 있었다. 

눈이 트이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힘만으로 바꿀 수 있는 범위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학기 초반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일,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일, 취업이나 학과공부에 비해 동아리가 도외시되는 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글을 시작하며 이번 글의 주제를 패턴의 실패라고 하였는데 정확히 말하면 "패턴을 인지하는 일을 실패" 했다고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고 스스로의 아집에 빠져있었던 나였기에 패턴을 파악하는 일에도 소홀했던 게 아닐까 싶다. 더욱 무서운 점이라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