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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Aug 04. 2021

48개월 전에 아이를 둔 부모에게

아직도 생생해 너의 우유냄새, 보송함, 너의 모든말... 그리고사랑해

남편과 내가 일종의 의식처럼 자기 전에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누워서 우리 아들 '아기 때 사진 보기' 


J를 가졌을 때 나는 직장에서 4개의 클라이언트를 홍보하며,

회사에서 흔히 미친놈이라고 소문난 상사 밑에서 

팀장님의 부재 속에서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런 시기에 찾아온 J는 기적 같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생리통에 밑이 차다. 생식기 쪽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나로선, 

과연 결혼 후 아이가 자연임신으로 생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결혼 1년 후 본격적으로 아이를 갖자고 다짐한 후 5개월이 지나도 아무 소식도 없었다. 

한 달 후에도 소식이 없으면  난임클리닉에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였다. 

매월 꼬박 찾아오던 그날이 오지 않고, 남편에게 온갖 짜증을 퍼부은 그 시점,

J가 찾아왔다. 


임신테스트기에 두줄은 흐릿했기에 정말 임신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날 저녁 산부인과에 가보니 아기집이 보인다고 했다. 

1-2주 후 다시 산부인과에서 내 뱃속에 쿵쿵 쿵쿵 뛰고 있는 J를 만날 수 있었다. 

자그마한 점인 J가 생명체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엄마라는 책임감도 생겼던 시절.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우리 아이는 여름의 초입에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1888일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6살 남자아이, 

6살 학부모여서 아쉬운 점은 아이가 점점 어린이가 돼 간다는 점이다. 

점점 봉숭아 물이 빠지듯, 아기 같아 보이는 물이 빠지고 

제법 든든한 소년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와 남편은 "너무 아쉬워, 너무 그리워"라는 말을 자주 한다. 

태어날 때 부서질 듯 가녀린 아이도 6개월이 지나면 (잘 먹는 아이라면) 포동포동해서 미쉐린 타이어와 같이 살이 접시는 앙증맞음을 보여준다. 

이때는 안고만 있어도 온몸에 우유냄새, 베이비파우더 향이 난다. 

마치 몽글몽글한 순두부처럼 아이만 안고 있어도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볼에 있는 젖살은 또 어떤가. 질질 흘리는 침은 애교다. 

내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뭐라고 뭐라고 하는 옹알이 ,  심기에 뭐가 거슬렸는지 앵 우는 소리......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아이의 영롱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순진한 그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저미어 온다. 

투명하고 깨끗해서.


J는 아기 때부터 울음소리가 커서 한번 울기 시작하면 밖에서도 들릴 정도였는데,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그 영롱한 목소리가 집안 곳곳에 울려 퍼지면,

'이래서 아이 있는 집은 행복하구나!' 생각했었다. 

.

.

.

얼마 전 우리 J의 등을 봤는데 제법 남자애라고 어깨와 등판이 다부졌다. 얼마나 듬직하던지.

자기 힘이 세졌다고 생각하는지 이제는 무슨 일이 있으면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머리를 쓰자 좀.) 

J가 내게 뛰어와 단단한 머리로 내 품에 파고들 때는 "어이쿠야" 충격이 있다. 

언제 이렇게 듬직한 어린이가 됐을까? 엄마는 아직 아기 J가 그리운데 말이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아기 테가 더 많이 났던 것 같은데......

가끔 혀 짧은 소리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J의 목소리는 매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느라 (장난쳐서) 반 쉬어있는 상태다. 

 


나는 오늘도 아기 J 사진을 찾아본다. 

아이가 어린 부모에게는 그때밖에 없는 소중한 시간을 한순간도 흘려보내지 말고

모두 다 담아두라고, 눈을 크게 떠서 귀를 쫑긋 세워서, 코를 킁킁대면서, 촉감도,

그리고 아기를 안을 때 충만함과 안심되는 그 마음을, 모두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그리울 때가 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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