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고난 재능?
무슨 자신감으로 소설을 쓰겠다는 거야? 네가 글을 잘 썼던가? 그래서 글 쓰는 건 취미로 하는 거지? 그래! 좋은 취미네. 취미가 많으면 좋은 거니까, 그렇지? 그래서 어떤 글인데? 아, 소설이라고 했었나? 무슨 소설이야? 아... 그런 내용이구나. 그래. 다 쓰면 한 번 보여줘. 그래서 회사는 잘 다니지? 그냥저냥? 뭐, 회사가 다 그렇지.
글을 쓰는 게 취미로 시작했었나? 나는 분명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 소설은 시작일 뿐이다. 아름다운 그림의 아름다운 하나의 조각일 뿐이다. 갑자기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들으면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놀랄 거다.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나의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분명 다를 거다. 내가 이상을 살아가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나의 본모습을 보지 못한 걸까? 그래서 나는 내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말했던 것처럼, 내 꿈을 입 밖으로 말했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그래도 말했다. 나는 소설을 쓰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라 말했다. 내 꿈을 받아들이기에 우린 너무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도 이 말을 하면서 조금씩 숨기는 부분이 생겼다. 더 깊게 이야기할수록 당황해하는 네 표정 앞에서 장난처럼 넘어가려 했다. 그럴수록 더 강한 최면이 필요하다. 외면과 내면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내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면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계속 되뇐다. 이 소설이 발매된 이후의 나날을 그린다. 잠깐의 즐거움 뒤에는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소설은 생각보다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야기를 꾸려나가야 할까? 나는 지금 케니가 어떤 상황인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이 내용 안에서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걸 적었지? 이 문단 끝에는 어떤 게 남길 바라는 거지? 내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지금 소설 속 세상은 어지러워지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일그러진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모순과 마주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마주하는 모순 앞에서 모두를 위한 행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만드는 행동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이가 있고, 이로 인해 불행해지는 이가 있다. 아무리 내가 만든 세상이라도 모두가 행복할 수 없다. 내 기준으로 만들어진 세상 안에서도 절대적인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내 생각도 모순 덩어리라는 걸 깨닫는다. 내가 가진 생각조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데,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나를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걸 알면서도 미움받는 일을 두려워한다. 내가 가진 생각이 남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걸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내 글을 읽는 이가 불편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자신이 이상이라 생각하는 현실을 꼬집는 글을 읽으며 속이 메스꺼워지고, 불편함에 책을 덮고 펴는 짓을 반복했으면 좋겠다. 내 글은 불편한 글이다.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는 이곳에 없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당신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는 모두가 꺼려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인정을 바랐을까? 내가 동경해 왔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나에게만 옳은 일인가? 그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갔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아니면 나조차 내가 만든 소설 속 세상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나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만든 세상과 인물과 사건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케니라는 인물을 손가락질받게 만들었다. 내가 버티지 못한다면 케니도 버티지 못한다. 내가 포기하지 않아야 케니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옳은 길은 없다. 이 세상에 미움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자신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다. 똑같이 설계되고 공통의 감정을 느낀다. 생존의 위해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해 똑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나 홀로 걸어가는 길 앞에서 어떻게 당당히 걸어가겠는가? 당연히 이 길이 무섭고, 나의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가끔씩은 주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려 모든 걸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냥 현실을 살아야 하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래서 글 속에서 감정을 풀어내는 것 같다. 현실인지, 사실인지 아무튼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표출하지 못했던 감정이 글 속에서나마 사람들에게 닿길 바란다. 내가 소설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냥, 내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다. 거기에 더 나아가 내 생각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나의 글을 분석하며 잘못된 부분을 이곳저곳 알려주며 내게 글쓰기 재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분명, 나의 글은 체계적이고 평가받기 완벽한 글이 아니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완벽이 어떤 건지도 모른다. 맞춤법, 띄어쓰기 문단 나누기에 대해 전문적인 배움도 없다. 나는 오로지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소설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선택했을 뿐이다. 현실을 살고, 사실을 받아들이는 길이 너무 씁쓸해서 내 생각을 이곳에 적는다.
"문을 열고 눈에 비친 거리의 모습은 역시나 달라진 게 없었다. 경찰들은 호시탐탐 길거리를 염탐하며 사람 사냥을 준비하고 있고, 대낮부터 약쟁이는 가짜 행복에 취해 가짜 웃음을 지으며 비틀거리고, 갱스터들은 무리 지어 다니며 자신들의 영역에서 자기들의 세계에 빠져 있고, 어린아이들은 길거리에 널린 자신들의 미래를 신경 쓰지도 않고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평소보다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내가 느끼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모든 걸 적고 싶었다. 나는 작은 가게로 들어가 수첩과 펜을 제 값을 주고 산 뒤, 다른 무엇도 신경 쓰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막상 펜을 드니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가 되어 온몸의 신경을 정지시켰다. 솔직히 나는 예술가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펜보다 총이 익숙한 손이 쉽게 움직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별로 하지 않았다. 정말 당연한 것이었다. 살면서 제대로 책 한 권 읽어보지 못하고 정규교육도 이수하지 못하고 세상을 바꿀 혁신보다 당장 내일을 위한 생존을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예술가의 피보다는 몽상가의 피가 더 어울릴 것이다. 이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내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차가운 바람에 힘없이 꺼져버렸다. 갈 곳 잃은 두 발이 향한 곳은 결국 익숙한 길이었다. 어둠 속에 빠져들면 다시는 밝은 빛을 바라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두 발은 어둠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두운 골목길을 향해 걸었다. 퀴퀴한 마리화나 냄새와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은 두려움과 친근함이 공존하고 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선택권은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빛보다 어둠을 더 많이 본 수첩과 펜을 바지 뒷 주머니에 밀어 넣고, 신의 테이블 위에 나의 붉은 심장을 올려두고 약을 파는 것이다. 유독 한숨을 많이 쉬고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많았지만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재빨리 집으로 들어갔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떳떳하지 못한 이 돈은 씁쓸하지만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인간이 만든 가장 평등한 물질, 죽은 대통령도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종이 쪼가리 앞에서는 인종도, 국적도, 학력도, 직업도, 성별도, 종교도, 취향도 아무 소용없다. 깨끗하던 더럽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옛날처럼 고지식한 사고방식에 박혀 돈을 쓰겠다는 사람을 다른 이유를 들어 막으려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 사람들은 거지가 물건을 사도 돈만 내면 아무 신경 쓰지 않고, 흑인이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도 돈만 내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모은 사람이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신이라도 되는 듯 떠받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돈 앞에서는 누가 보든 상관 않고 떳떳했으면 한다. 하지만 그날은 유독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느 하루와 다를 것 없이 살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돈의 맛을 느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