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한 이야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소설을 쓰길 원했을까? 내 삶에 있어 소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을까?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설을 쓰겠다고 몇 년의 시간을 고민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나간다. 무엇을 하고 싶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까? 항상 내게 물음표를 남기고 끝없는 생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면서 나는 왜 멈추지 못하는가?
소설을 쓰면서 중간에 흐름이 끊기거나, 막히는 경우가 있다. 사실, 매우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글을 쓰는 걸 멈추고 어떻게 글을 이어나갈지 생각한다. 소설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멈출 수 없다. 소설은 내게 껍데기일 뿐이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소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일은 무엇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글을 쓰는 행위가 내가 생각하는 일을 설명할 수 없다. 나는 무엇을 원하기에 나조차 설명할 수 없는 이 일을 붙잡고 있을까? 영원히 물음표에 둘러싸여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 걸음 내딛는다. 어디로 가든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다. 나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까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당신을 위한 것일까? 이 모든 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아무리 되네어도 이 글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고 있다. 나의 생각이 당신에게 닿길 바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이 당신에게 닿아 변화를 만들길 원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면서 하나의 문화 속에 당신들을 집어넣고 싶다.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어떤 메시지가 내 말에 숨어있을까? 어떤 말을 해야 그럴듯해 보이게 메시지를 숨길 수 있을까? 내용 없는 선물은 완벽한 포장을 원한다. 나는 항상 되뇌고 돼 내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날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자고. 그런데도 나는 아름다운 포장지를 찾고 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걸 알지만,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내 생각을 숨기려 한다. 다시 뒤로 돌아간다. 처음 했던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펜을 놓는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내린 결론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처음으로의 회귀. 앞으로 갈 수 없는 사람. 항상 이런 식이다. 생각에는 중심이 없고, 이야기에는 내용이 없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고,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싶다. 그런데 멈출 수 없다.
왜? 지금까지 적은 게 아까워서? 아니면 아직도 환상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나는 스스로를 죽일 수 없다. 평범함을 증오하는 사람을 평범한 세상으로 내몰 수 없다. 입에 발린 이유를 말하는 걸 보니 아직도 아름다운 포장에 급급하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없으면서 어떻게 남들 앞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냥 사실대로 말해버리자. 왜 아직도 소설을 포기하지 않는 거야? 더 이상 만들어낼 이야기도 없으면서, 아직도 질질 끌고 있는 거야?
가끔씩 멈추지 않고 글이 쓰일 때가 있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신경 쓰지 않고,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손이 멈추지 않는 날이 있다. 나는 그 순간이 즐겁다. 쏟아져 나오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흰 바탕을 빼곡히 채우는 순간이 즐겁다. 어떤 이야기가 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내 생각만으로 소설의 한 부분을 만들어내는 게 아직까지 즐겁다. 그래서 멈추지 못한다. 포기할 수 없다. 오로지 이 순간만을 위해 소설이라는 포장을 입고 나머지 내용을 만들어낸다. 이 이야기가 나아가기 위한 사건은 껍데기다. 나의 모든 즐거움은 케니를 포함한 모든 인물의 내면에 담겨있다. 케니도, 나도 내면의 이야기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다. 솔직해지자고 마음 먹지만 맞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쓴다. 내면을 표출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 글이 공개되는 날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 세상을 등질 준비를 한다.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내 안에 숨어있던 소리가 밖으로 나올 때의 후련함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아직도 혼란스럽다.
내 생각을 갖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는 건 더 어려운 일이구나. 나는 소설 속에 숨어 두려움에서 도망친다. 주인공의 입을 빌려 당신의 시선을 피한다. 여전히 겁에 질려 있다. 나의 솔직함이 누군가의 불편함이 되는 게 두려운 걸까? 언제나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를 두려움에 던져버린 걸까? 아직까지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를 신경 쓰고 있다. 내 솔직함이 당신들에게 닿길 간절히 원하면서 그 순간을 두려워한다. 케니가 세상에 공개되길 원하면서, 케니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기적인 마음은 내가 가진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기적인 마음이 밖으로 나와 이기적인 모습이 되는 걸 온몸이 막고 있다. 내 솔직한은 마음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존재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나는 아니길 바라는 모습은 이기적이지만 솔직하다. 누군가는 나의 모습에서 이기적이라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솔직함을 느낄 거다. 이미 내 마음은 미움받을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단단히 준비하라고 일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두렵다. 두려움조차 솔직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질문을 멈추지 못한다. 질문의 끝에 다가올 결정이 두려워 계속 마음속을 맴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쓴다.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케니를 이용한다. 내가 가진 두려움을 담은 솔직한 이야기를 당신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소설 속에는 솔직한 이야기만을 담을 거다.
"해는 이미 사라지고 거리는 어둠이 들어서 있었다. 자꾸 고개는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고 신발이 젖은 것 마냥 발걸음은 무거웠다. 두 눈에는 낮에 있었던 일들이 아른거리고, 귀에서는 비명 소리가 계속 맴돌고 있다. 이 느낌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주머니에는 펜도 없었고 종이도 없었다. 나는 집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 모든 걸 지키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눈앞에 집이 보였다.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가 바닥에 널브러진 펜과 한 번도 쓰지 않은 깨끗한 노트를 들고 잠시 눈을 감았다. 천천히 감았던 두 눈을 다시 뜨고 천천히 펜을 노트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뛰어! 뛰어! 저 하늘 위로 뛰어!
뛰어! 뛰어! 저 하늘이 검게 물들 때까지
높게! 높게! 저 하늘 위로 높게!
검게! 검게! 저 하늘 밑이 검은 머리 빼곡해질 때까지
때때로 서로 다른 우리들이 하나라고 믿게 될 때가 있다. 누군가 ‘다름’ 이란걸 만들어내고 하나의 것을 여러 가지로 나눌 때, 작은 것들이 모여 눈앞에 있는 작은 것보다 덩치를 키워 다른 작은 것을 바라볼 때.
큰 것이 된 작은 것들이 서로 떨어져 있던 작은 것의 시절은 잊고 각자가 하나의 큰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자만심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진 작은 것은 점점 분열되고 하나의 큰 것은 사라진다.
주위에서 조용히 스스로 넘어지는 작은 것을 바라보는 다른 작은 것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밖을 보지 못하고 서로를 헐뜯는 작은 것의 땅을 스멀스멀 넘어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들과 다른 작은 것의 발걸음을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저 작은 것일 뿐이니까.
거울이 없는 불쌍한 작은 것들.
자신을 큰 것이라 믿는 작은 것은 작은 것들이 두렵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신경 쓰일 정도까지 작은 것들이 들어와 있었다.
이미 너무 늦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분열 속에서 그들을 모을 수 있는 하나의 존재는 이미 사라졌다.
결국 그들은 설 곳을 잃었다.
좁디좁은 곳에서 지배자들의 풍족한 삶을 바라보며 길거리에 주저앉은 그들은 언제나 분노해 있다.
지배자들은 하나의 큰 것일 때의 그들을 기억하기에 그들의 분노에 가득한 눈을 무서워했다.
지배자들은 ‘다름’을 만들어 냈을 때를 생각했다.
다시 그들을 다르게 나누었다. 구역을 나누고 색을 나누었다.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그들의 손에 총까지 쥐어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들을 지켜 준다.’라는 명분을 겉에 바르고 몇몇 지배자들을 심었다. 심지어 그들 중 배신자까지 심어 놓아 계속해서 분열을 만들었다.
분열의 끝은 보이지 않고 거리에서는 비명 소리가 퍼져 나오고 집 안에서는 울음소리가 퍼져 나온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른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나지만 거리는 변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노인들이 있던 자리를 메꾼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른다.
그들을 구할 지혜는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다. 조용히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다.
더럽고 지겹고 위험한 거리의 삶에 찌든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서 태어나 부당함과 차별 그리고 거리의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의 사람들이 긴장되는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한 흑인 아이가 그 중심에 서있다.
아프로 펌, 검은 눈동자, 둥근 코, 넓적한 입술 그리고 갈색빛 피부
흑인 아이는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비트 속에서 그들은 느낌에 의존한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온몸을 자극하는 비트는 흑인 아이 주변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트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었다.
뜨거운 피는 모두를 깨웠다.
뛰어! 뛰어! 저 하늘 위로 뛰어!
뛰어! 뛰어! 저 하늘이 검게 물들 때까지.
높게! 높게! 저 하늘 위로 높게.
검게! 검게! 저 하늘 밑이 검은 머리 빼곡해질 때까지.’
심장이 부서질 듯 뛰었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정처 없어 휘갈겨 쓴 이 글은 나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 비록 짧은 글 안에 내가 느꼈던 것들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써 내려가며 한 없이 부족하고 약한 자신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린 세상에서만 살 수 없었다. 현실 세계에서의 문제는 계속 커져만 갔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돈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아직 내 펜은 돈을 만들어내지 못하기에 나는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결국 나는 다시 거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번지르르한 직장을 구하는 것은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10대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나는 그중에서도 내가 해왔던 일을 선택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