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이야기

: 단테 이야기(Die Hard)

by CP

평범한 소년이 있다. 아무 죄도 없는 소년이다. 단지, 태어난 곳이 범죄와 조금 가까울 뿐이다. 우리는 그에게 불쌍한 영혼이라 말한다. 멋지게 늙은 어른이 없는 동네에서 그의 눈에 보이는 건 가장 멋있는 나이에 사라지는 사람들뿐이다. 어제 있었던 그 사람이 어느 날 보이지 않는다. 감옥에 갔거나 밤하늘의 별이 되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거리에는 사진과 촛불이 반짝일 뿐이다. 불쌍한 영혼을 가진 아이는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거리는 오늘을 비추고 내일은 어둠에 묻어둔다. 아이는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다. 단지, 불쌍한 영혼에 둘러싸일 뿐이다. 나는 그 아이를 단테라 부른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가 가진 거라곤 순수한 미소뿐이다. 현실이라 불리는 곳을 겪어보지 않은 미소를 지키기 위해 우린 쉽게 죽을 수 없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멋지게 늙지 못하더라도 이 동네의 유일한 노인이 되기 위해 살아간다. 단테의 눈에 멋이 아닌 삶을 보여주기 위해 살아간다. 비록 지혜는 주지 못하더라도 멋이 가지지 못한 시간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다. 그래서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했다. 누군가에게는 돈을 좇는 행동이 나에게는 목숨을 구걸하는 행동이고, 단테에게 멋으로 보인 행동은 아이들을 죽이는 행동이다. 살아간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내가 죽을 수 없어서 아이들을 죽음의 제단 위로 올렸다. 그런 나를 왜 따라다니는 거니?

단테는 케니를 동경했다. 공원 근처에서 몰려다니는 패거리의 리더가 케니인 줄 알았다. 항상 사람들의 중심에 서있는 케니의 모든 행동이 멋있어 보였다. 언젠가 단테도 케니의 옆에 서있고 싶었다. 자신에게 전부인 이 동네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케니는 단테를 멀리하려 한다. 순수한 영혼을 지키기 위해 단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럴수록 단테는 조금씩 더럽혀진다. 무시는 오기가 되고 케니를 향한 동경은 집착으로 바뀐다. 악순환 속에서 백기를 드는 쪽은 언제나 케니다. 생존 앞에서 어떠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기에 위험을 벗어나고자 한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돌아온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믿는다. 허접한 믿음이라도 없다면 지금 당장 죽어버릴 것만 같다. 단테, 네가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길 바랐는데.

결국 단테는 케니의 옆에 올 수 있었다. 여전히 케니는 단테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단테를 내치지 않았다. 단테는 매일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고 있을 때, 케니를 바라보면 어깨가 으쓱했다. 자신도 케니의 패거리의 멤버라고 생각했다. 친구들도 그런 단테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조금씩 단테의 주변에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비극이 시작되고 있었다. 케니는 단테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만큼 평범한 일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 발을 들인 순간 어느 누구도 평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없다. 전혀 의심스럽지 않은 회색 도요타 차량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케니는 당장 몸을 숨겼다. 케니를 비롯한 케니의 곁에 있는 사람들도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여기저기 흩어졌다. 하지만 본능이 생기기도 전에 죽음의 문턱을 넘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어린아이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공원을 붉게 물들였다. 단테! 단테! 왜 아무 대답이 없는 거니?

단테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었을까? 단테를 위해 위험에 맞설 수 있었을까? 과거를 후회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과거가 나를 막을 순 없겠지만, 나를 붙잡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후회는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 떨어진 곳에 있다. 그곳에는 아무 행동도 어떠한 말도 없었다. 단지 생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단테를 지킬 수 있었던 수많은 생각이 흘러간 시간 속에 남아있다. 단테라는 존재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영원히 후회한다.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같은 실수는 없어야 한다. 실수 한 번에 누군가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현실이라는 말은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다. 여긴 현실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아무렇지 않게 잊힌다. 아직 수많은 단테가 거리에 남아있다. 아직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 순수한 영혼이 더럽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을 수 조차 없다. 나의 죽음이 또 다른 영혼을 하늘 위로 보낼지 모른다. 맑고 순수한 영혼이 더럽혀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들이 하늘 위로 떠나는 걸 막아야 한다. 그게 내가 죽을 수 없는 이유고, 후회를 지우는 일이다. 이 세상 모두에게 단테를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이제는 위험을 무릅쓸 수 있다. 이제는 단테를 위해 죽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끄럼틀에는 그라피티가 가득 차 있고, 아이들보다는 갱단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모여있는 장소였다. 그곳에 매일마다 나를 따라다니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처음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 아이의 눈에는 나의 일이 멋으로 보였을 테다. 나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했다. 이 동네의 사람들에게 나는 자판기에 불과하다. 돈이 들어오면 그만큼의 물건이 나간다. 아무 감정도 없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더라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야 이 일을 하면서 피폐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비슷한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밖으로 드러나도 한 순간의 웃음으로 넘어가버리는 이야기만 될 뿐, 깊게 들어가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온 동네가 비극으로 가득 찰 거다.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비극의 소리가 하루종일 울려 퍼질 거다. 그래서 저 아이와 멀리 떨어지려 한다. 저기 있는 작은 비극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눈길이 가는 건 막을 수 없지만, 다가가지 않으려 한다. 더 이상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비극은 만들고 싶지 않다. 이때 거짓말 같은 한 마디가 귀를 울린다.
“나는 단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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