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이야기

: 새로운 시작

by CP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원래 쓰고자 했던 글로 다시 돌아갔다. 이제까지는 과거의 이야기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했다면, 지금부터는 현실과 마주하며 죽어라 달린다. 이제 이곳에는 어떤 글을 적어야 할까? 내게 이곳은 피난처였다. 도망치며 시작했다. 도망을 끝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곳을 찾아와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치고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보려 한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맛보는 재미가 느껴진다. 내가 바랬던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다.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도 이제는 진행하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한 문장이 만들어지고 뒤따라 나오는 문장을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동안 나는 이곳을 떠나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글을 쓸 소재가 없어서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내가 진정 이곳에서 하려 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작가가 되기 위해 적었던 짧은 글을 다시 돌아본다.


'작가님이 궁금해요. 작가님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브런치에서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기대할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

: 언젠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느꼈습니다. ‘우리는 먼지 같은 존재구나. 도시, 나라, 지구 정말 좁은 세상이구나. 그런데 무엇이 두려운 거지? 나만큼 저 사람도 너무나 작은 먼지 같은 존재인데.’ 빨려 들어가는 듯한 하늘은 ‘그래, 뭐든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지? 왜 해야 하지?’라는 물음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적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작고 자유로운 존재인지 알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활용할 것입니다. 어느 순간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브런치에서 발행하고자 하는 글의 주제나 소재, 대략의 목차를 알려주세요.'

: 완성된 책이 아닌 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연재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창작의 과정을 겪어가는 이야기를 적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책을 적어가는 이야기가 아닌 책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영감 받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펜을 놓지 않을 수 있는지 말하고 싶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던가? 그만큼 간절했다. 이제는 도망치기 싫어 내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기회를 얻었고, 잡으려 했다. 이전에 적어둔 내용을 가지고 글을 뽑아냈다.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하고 만들어냈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내가 만들어낸 생각에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가? 이 글은 누굴 위해 만들어지는가? 보이지 않는 눈이 무서웠다. 문장은 점점 가식적이고 꾸밈 없이는 살아남지 못했다. 아름다움을 쫒았지만, 아름다움의 실체는 없었다. 그냥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쓰고 있었다. 모든 게 잘못되고 있을 때,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라고 말하며, 처음의 마음가짐을 꺼내 돌아왔다. 날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기뻐하는 순간을 떠올리자. 가장 진실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느껴지는 희열을 잊지 말자. 그렇게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더 돌아가려 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처음 쓰려했던 글을 쓰고자 한다.

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창작의 과정을 겪어가는 이야기. 책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 이곳은 진실된 일상이 있어야 한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과 결국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해 내쉬는 한숨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어야 한다.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몇 개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다음에는 시간에 관한 글을 적어보자. 내게 주어진 시간과 낭비한 시간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만들어낸 시간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에 쫓기며 어떻게든 글을 끝내려 한다. 나는 어떤 시간에 쫓기고 있는가? 내게 시간은 어떤 존재인가? 소설을 쓰는 데 얼마나 적은 시간을 주고 있는가?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시간은 없다. 또 이렇게 몇 글자 끄적이고 며칠 뒤 돌아와 글을 채워가겠지.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건 돌아가는 걸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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