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게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 평화의 뒤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다. 나는 평화로운지 지루한지 모르는 하루를 살아간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나름 계획한 일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래도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다. 이런 하루의 반복이 얼마나 계속될까? 그게 아니라면, 언제가 돼서야 끝날까?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평화 속에서는 피어난 꽃이 어둠 속에서 나온 한 줄기 빛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내겐 어둠, 절망, 악몽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평화의 울타리를 벗어난 삶을 원한다. 그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
생각보다 하루가 잘 지나간다. 매일 치던 피아노에서도 성장의 냄새가 난다. 운동은 하루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읽는 영어원서 몇 페이지도 빼먹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일본어 공부도 점점 적응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내게 빠진 게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 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은 제자리를 걸어간다. 소설은 언제부터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단테'라는 아이의 에피소드가 새로운 시작이 될 줄 알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전체적인 뼈대를 잡기 위해 가장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왜 이렇게 평화로울까? 처음으로 돌아갈 때, 내 앞에 나타난 감정은 언제나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정이 없다. 위기도 기쁨도 희망도 절망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 처음으로 돌아갈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르내린다.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이제 나는 어떻게 글을 써야 될까? 처음 가졌던 마음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갔는데,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이미 여러 번 왔던 길이라 그런 걸까? 너무나 익숙하다. 다시 이야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도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그래도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훨씬 많다. 그 과정에서는 다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걸 끝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까? 처음에는 정말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게 두려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남들은 잘하고 못하고의 울타리 속에서 서로를 평가하며 살아가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길을 만들고, 어떻게든 나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확실히 전보다 신경 쓰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이제 내게 잘하고 못하고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젠 만족에서 나오는 감정이 내게 남아있다. 남들의 보이지 않는 평가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사라졌다.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내놓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붙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잘하고 못하고의 척도에서 판단될 수 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당신이 여기서 멈춰 선 순간에도 나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이 또한 당신에게 평가될 수 있지만, 이미 멀리 떨어져 내겐 닿지 않는다.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이젠 뒤를 한 번 돌아볼 때가 된 걸까? 이곳저곳 적어둔 글의 힘이 필요하다. 항상 글의 방향은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나긴 앞으로의 여정에 즐거움을 잃었다. 슬픔도 잃었다. 지루함도 떠나갔다. 그냥 아무것도 없다. 나도 모르게 길을 만들고 있었다. 이 길이 옳은 길인 마냥 행동하고 있었다. 여전히 평범한 사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사라지게 만들 순 없지만, 다시 되돌아갈 순 있다. 새로운 길을 만들 수도 있고, 자유로운 구역으로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모든 게 새로워진다. 그저 돌아갈 뿐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시 내게 감정이 돌아왔다. 아주 작지만 온몸의 끝부분에서 조금씩 느껴진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감정. 재밌다. 새롭다.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이 작은 감정 하나가 나를 다시 움직인다. 감사함도 내게 돌아왔다. 감정이 다른 감정을 불러온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그려나가야 할까? 지금 찾아온 새로움이 다시 내게 소설 속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반가운 친구. 얼마나 힘든 일이 될까? 나는 어떤 감정으로 글을 쓰게 될까?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내게 다시 돌아온 감정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 글 속에서 새로움이 나타났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마음이 글 속에서 감정을 찾아주었다. 어떤 내용인지, 어떤 문장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결국 다시 찾았다.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