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by CP

아직 채워 나가야 할 페이지가 많이 남았다. 케니는 여전히 시궁창 안에 있고, 노아와 샘은 아직 진짜 인생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말을 해나가야 할까? 소설 속 세상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상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사람들의 생활도, 문화도 계속 바뀌고 있다. 그래서 아직 내겐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아있다.

여전히 현실은 아프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고 있다. 싸움은 계속되고, 누군가는 어떤 이유에서든 목숨을 잃는다. 아직 남아있는 사람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기다리고 있다. 고통의 근원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더 이상 아픔을 느끼는 게 두렵다. 과연 누가 고통의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 누가 고통의 심장 깊숙이 들어갈 것인가? 역사를 바꿀 인물, 혹은 역사에 남을 사기꾼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해결책, 나는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의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줄 해결책을 가진다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내 꿈의 모습은 위선자를 비추고 있다. 누구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바라고, 누구보다 내가 세상의 영웅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예술가라는 단어를 앞에 걸고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위한 행동인 척 내 모습을 숨기고 있다. 그럴 때마다 솔직한 모습을 내비치자고 다짐했다. 이 또한 하나의 거짓인가? 나의 가장 솔직한 모습의 이유가 사람들의 의식 때문이라면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진실과 거짓의 경계 속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문제는 문제로 남고, 해결책보다는 망각을 원할 뿐이다.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면, 나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면 더 이상 해결할 이유가 없다. 무책임한 사람이 되더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같이 슬퍼해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다가갈 용기는 이미 잃었다. 내게 잊힌 모든 문제는 나의 용기를 앗아가 버렸다. 그곳에 묻어있는 진실도 함께 가져갔다. 내게 남은 거짓 감정과 연기는 아픔을 흉내 낼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거짓 감정을 느낀다. 아무 이유 없이 아파야 하고, 불만을 가져야 한다. 이 글과 소설이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소설을 쓰는 동안 계속된 거짓 감정 속에서 살았다.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아무도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내게는 거짓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다시 현실의 문제로 돌아가자. 느끼지 않았지만 아프고, 겪지 않았지만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감정이 피어난다. 거짓이 뭉쳐진 감정은 내게 진심이 된다. 나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진정으로 원하는 덩어리로 다시 태어난다. 그곳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다. 단순히 우린 이렇게 살아가야 해라는 말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나의 진실된 생각을 담고 있다. 수많은 물음표의 끝에는 당신들이 원하는 해답은 없다. 그저 생각만 존재할 뿐이다. 이제 여기에 열린 결말이라는 포장지를 씌운다. 나의 생각은 이미 당신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자리를 떠난다. 누군가에게는 결말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작을 맛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진실과 거짓의 문제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운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소설은 계속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하고, 담고 싶은 이야기도 마르지 않을 거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름다운 문장,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아니다. 여기 있는 작은 불씨를 지켜야 한다. 읍참마속을 다시 해석해 보자. 아무도 이기라고 하지 않았다. 이곳에 승부는 없다.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내 자릴 지킬 뿐이다. 내 옆에 있는 이 작은 불씨가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지킬 뿐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만드는 건 내가 아닌 여러분의 몫이다. 나는 그저 작은 불씨를 마음에 간직하고 지킬 뿐이다.

이전 29화소설 쓰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