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외로움에 대하여
절벽을 향해 달려가지 마 세상이 그래야만 한다고 부추기는 건 네가 나가떨어지길 바라기 때문이야 그건 너를 노리는 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입이지
모든 걸 시키는 대로 할 필요는 없어 중력만이 널 붙잡을 수 있단다
혹시 아니? 넌 정말 착하구나.
착하다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진심으로 하는 칭찬이야. 잘 하고 있다는 말.
삶의 끝에 과연 뭐가 있을지 수도 없이 생각하겠지. 하루는 그냥 오늘만 살자 싶다가, 하루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잘해보자 싶다가. 이렇게 저렇게 하루하루를 깁고 기워서 만드는 일주일, 한 달 그리고 매 해마다 너는 대체 뭘로 이루어진 건가 싶어 지지. 알아, 갈수록 답이 없는 것 같지. 한 순간 이제는 잘 굴러가겠구나 싶더니 다시 여지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곤 하는 거. 아 이러다 드디어 죽겠구나 하면서 시커먼 밤이 삼켜와도 거짓말처럼 아침이 밝아오고 눈 떠지는 거.
다른 사람을 보면 티 없이 밝은 것 같아. 그들의 삶에는 가끔 예고 없이 알록달록한 폭죽도 터지고 기분 좋은 향기도 그득하고. 근데 나는 꼭 그 아래에 거꾸로 걷고 있는 거야. 그들과 발을 맞대고 천장이래 봤자 남들의 바닥밖에 못 될 것처럼. 어제 나비가 되는 꿈을 꿨어. 날개가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다들 쳐다봤지. 마음껏 날아다녔어. 이리도 갔다가, 저리도 갔다가 불쑥 하강해보고 또 날아올라도 보면서. 아무 곳에도 묶이지 않은 그건 바로 자유가 된 기분이었어. 멀리 가도 잡아당기는 줄이나 가라앉게 하는 짐 없이 나는 날아다녔어. 계속 달아났어. 아마 너는 이렇게 생각한 적 없겠지. 나는 꼭 이번 내 삶이 망한 것 같아. 더 이상 칠할 부분이 없는 도화지처럼 다시 깨끗해질 수 있는 지점을 지나버린 것 같아. 이젠 어떻게 살아도 누구만큼의 영광이 없을 것 같아. 이대로 망한 것 같아. 언제까지 숨만 쉬다 사라지고 말 생각을 하면 무언가 목덜미를 옥죄는 것 같아. 새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다시,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누구나 후회하곤 한다. 누구나 어여쁜 나비가 되길 꿈꾸지. 잠드는 순간 때때로 다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되는 거야. 너의 삶은 언제까지나 아침의 빛을 머금고 있다. 너의 눈을 보는 이들은 참 예쁘다 느끼고 손이 보드랍고 따뜻한 아이임을 안다. 동시에 그런 모두가 나약하고 금방 주저앉을 것 같은 두려움을 부여잡은 채 산다. 부스러질 만큼 주먹을 힘껏 쥐고 일어나지. 내 것 같지 않은 빛 속으로 발을 내딛을 때, 꼭 저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처럼 모두 두려운 거야.
그럼에도 태양은 매일 네가 눈 뜨길 기다리고 있어. 꿈에서 깼다고 그 눈부신 빛이 모두 사라지는 게 아님을 말해주려고. 두려움 속에 꽃이 핀다는 걸 보여주려고. 세상이라는 것은 너를 반겨 감싸줄 리 없지만, 선하고 가냘픈 너의 애처로움을 넘어설 전의도 심어줄 거야.
혼자라 느껴도 절망하기 전에 알아주길. 너의 중심은 곧 세상 모든 나무의 뿌리가 향하는 곳, 널 거꾸로 걷지 않게 할 나의 유일한 임무와 더불어 그곳에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