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도중에 쓰는 프롤로그
나는 잘 지어내지 못한다. 특히 상상력으로 구축한 세계를 보여주는 일에 아주 쥐약이다. 능력의 한계보다도 그러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라는 허울 좋은 핑계도 있다. 이 때문에 내가 써내는 글들은 오직 존재하는 것을 향해 있다.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열어주는 대신, 지금 이 세계와 당신 사이에 얇은 렌즈를 끼우는 것, 그뿐이다. 그로 인해 읽는 극단의 호불호를 유발할 수도 있고, 이는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권한 밖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도와 허구를 최대한 배제하려 든다는 점에서 나의 글은 온전치 못하다. 그러나 이 불완전 속에서 부디 당신이 가진 열쇠와 맞는 틈이 있기를 바란다.
‘나’라는 이름으로 모아지는 세상의 모든 개인과 오직 그 한 글자에 부여된 삶의 무게, 몰가치의 세상을 버텨야 하는 슬픔 때문에 그저 쓸 수밖에 없어 쓴다.
이제부터 읽을 것들은 지어내지 못하는 작가의 가공한 날 것이자 이 세계 모든 ‘나’의 무엇이다.
못견뎌하는 것에 관하여
당신에게도 있겠지
쳐다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서
그냥 저걸 없애버릴까
차라리 사라져버릴까
싶은 게
밝은 곳일수록 자세히 보면 천박했고
음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장한 허위들이 마치 진실인 양
태어나지도 않은 것이 네 나이가 몇이냐 물으며
실체를 지어내고
지금껏
욕망 앞에 무릎 꿇은 진실은 몇일까
진실이 사라지는 것보다 무릎 꿇는 것이 두려워
잃어버린 정의는 얼마일까
그걸 세는 게 일과였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임을 증명하려고
이 무기력이 내 탓이 아님을
증명해달라고
우스운 일이지
모든 무기력과 몸부림이 모여
헤어날 수 없이 부풀어 오른
붉은 구름 속에서 그러기란 말이야
온통 붉음 뿐이었어
내가 헤매다 지쳐 잠든 시간에도
어디선가
누구는 무릎을 꿇었고
몇몇의 진실은 살아남아도
어디론가 묻혀버렸고
살기 위해
엎치락 뒤치락하는 정의와 인간은
저 구름 속으로
굴러 들어가고
도무지 누가 돌아올는지
알 수 없고
또 누가 돌아와야 한다고도 말할 수 없을 때
나는
우는 것도 부끄럽고
그냥 딱 죽어버렸으면 좋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