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흘러감에 대하여
부엌에 가서 잔에 물을 따랐다
목마름 만큼이나 가득 넘치게
급히 가져다 쭈욱 들이키고 나니
흘러버린 물이 반절이다
멋쩍어 턱을 쓰윽 닦는다
어느 날 물을 따른다
이번에도 가득이었으나 조급하진 않게
찰랑이는 것을 갖다 대니
흘리지 않고 온전히 입에 다 들어온다
지금껏 흘려온 물이 얼마일까
나는 나는 마신 줄만 알았던
주었다고 생각했던 감정과
닿지 못해 흘러버린 진심은 어디로 가고
차분히 마실 수 없었던 한 잔의 물
그날에 아이 같았음을
다시 한 잔 가득 채운다
이젠 마시지 못할
어디론가 흘러간
내 사랑에 대한 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