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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리 Jul 04. 2018

물의 역사

2018, 흘러감에 대하여


 


부엌에 가서 잔에 물을 따랐다

목마름 만큼이나 가득 넘치게

급히 가져다 쭈욱 들이키고 나니

흘러버린 물이 반절이다

멋쩍어 턱을 쓰윽 닦는다


 

어느 날 물을 따른다

이번에도 가득이었으나 조급하진 않게

찰랑이는 것을 갖다 대니

흘리지 않고 온전히 입에 다 들어온다


 

지금껏 흘려온 물이 얼마일까

나는 나는 마신 줄만 알았던

주었다고 생각했던 감정과

닿지 못해 흘러버린 진심은 어디로 가고


 

차분히 마실 수 없었던 한 잔의 물

그날에 아이 같았음을

다시 한 잔 가득 채운다

이젠 마시지 못할

어디론가 흘러간

내 사랑에 대한 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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