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망 두 망
배추망을 모아 놓고
드문드문 사람들
땅 냄새에 앉는다
장갑 쓱 끼고
무릎담요 펴 놓고
김장 얘기보다
올해 얘길 먼저 한다
배추 고춧가루
양파 마늘 젓갈 소금
또 뭐가 있을까
머릿속을 헤집는다
하나둘씩 재료들
푸른 손에 모여든다
손끝마다 다른 삶이
한 김치가 되어 간다
두런두런 야채를 다듬으며
잘린 잎 사이로 말이 흐른다
허공에 흩어질 것 같은 말도
다시 손에 쥐고 껴넣는다
쓴말 달콤한 말
아픈 말 좋은 말
나쁜 말까지 한데 섞어
손으로 꾹꾹 눌러 담는다
섞이고 버무려져
숨이 죽어 갈수록
시간 속에서 익어 간다
우리 안에 남는 말들
양념이 배추에
천천히 스며들 듯이
우리의 시간도
말을 들이며 익어 간다
너의 온도 속에
내 마음이 조금 풀리고
서로의 온도에
모양마저 달라진다
급하지 않게
덮어 두고 기다린다
김칫독 속 깊은 곳
아직은 맛을 말하지 않는다
시간 속에 쌓인 말들이 익어
하나의 맛이 되어 간다
짠 얼굴
웃는 얼굴 모두
한 사람의 입맛이 된다
어제 흘린 투정과 위로도
한데 뒤엉켜 숨이 죽는다
남은 건 우리가 고른 말들
하나의 사람이 된다
그렇게 김장이 된다
그렇게 인생이 된다
소금기 맵기는 줄어들고
남는 건 함께한 온도
그렇게 김장이 되고
그렇게 인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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