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에 지친 양육자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요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니 쉽게 지치기도 했을 듯합니다.
육아는 연습 없이 해야 하는 실전이기에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 일쑤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즐겁기만 하지도 않지요. 무조건적으로 아이에게 맞추어야 하니 답답할 때도 많고 잘하려고 해도 실수와 실패는 따라다닙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아이는 왜 이런지 자꾸 마음이 상합니다. 육아에 관한 책을 읽어도 실전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부모는 자녀 돌보는 일에 집중하느라 정작 자신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번 아웃이 되거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진 분들이라면 타인은 만족시키지만, 자신은 갈등을 겪습니다. 자신의 의견보다 타인의 의견을 중요시하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일지 몰라도 정작 자신에게는 좋은 사람이 못 되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애쓰면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게 ‘마음의 힘과 건강성’입니다. 그것의 바탕이 되는 게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모든 분이 마음의 힘과 건강성을 갖고 양육과 생활을 잘 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네 가지 방법과 관련 그림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자신의 부모가 되어 자신을 돌보기
돌봄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필요합니다. 가족에게 향해 있는 돌봄을 자신에게도 해주세요. 아이를 돌보거나 반려동물을 살피듯이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며 보살펴주세요. 불안하면 달래주고 흔들리면 격려해 주고 피곤하면 휴식을 주세요. 자신에게 다정한 부모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둘째, 글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괜찮아”로 마무리하기
삶은 행복하고 평화롭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원망이 쌓이기도 하죠. 이때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는 것도 무턱대고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내게 깃든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게 필요합니다. 서운하고 화난 일 등을 글로 쓰며 “그래도 괜찮아”라고 마무리 짓는 것이죠. 글로 표현하면 그 누구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고 자신을 격려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자신을 칭찬하기
칭찬은 자신의 강점에 주목할 때 가능합니다. “몸이 피곤했지만 아이와 놀아주었다. 나는 아이와 시간을 잘 보내는 부모다” “속상해하는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등처럼 자신의 좋은 점에 주목하여 칭찬해 주세요. 때로는 물질로 칭찬하는 것도 좋습니다. 많은 부모가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끼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의 욕구만을 우선시하지 말고 내 욕구를 우선시하여 자신에게 선물을 주세요. 평소 갖고 싶었던 화병을 살 수도 있고 배우고 싶은 활동을 등록할 수도 있을 겁니다.
넷째,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기
어린 시절의 경험은 어른이 되어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개인의 정서와 관련이 있고 성격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어른이 된 마음 한구석에는 어린 시절의 내가 웅크리고 있으며 지금의 내 모습에 어린 시절 느꼈던 부모의 상이 투영되기도 하죠. 어린 시절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배우자나 자녀를 대할 때 어려움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정 내 갈등이 생기면 나와 부모의 관계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안의 어린 나를 마주하며 토닥여주면 좋겠습니다.
첫째, 내면의 삶과 외면의 삶의 균형 찾기
<심야 이동 도서관>은 알렉산드라가 낯선 캠핑카에 들어서며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망설이다가 들어간 캠핑카에는 알렉산드라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책이 꽂혀 있습니다. 교과서, 소설책, 일기장, 심지어 시리얼 포장까지 있네요. 캠핑카는 심야 이동 도서관이었고 그곳에서 알렉산드라는 사서가 됩니다.
이 그림책은 단편소설 형태로 발표되었다가 그래픽 노블 형태로 재구성되었는데요. 책과 인생, 내면과 외면의 삶의 균형 회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내면과 외면의 삶이 균형을 이루고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을 따라가다 보면 내면의 욕구는 소외당하기도 하죠. 이 그림책을 통해 책의 의미,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며 내 삶의 균형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둘째, 잊은 나와 지금의 나 사이
<너였구나>는 주인공에게 공룡 한 마리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공룡의 방문으로 주인공의 일상은 변하는데요. 공룡이 말하는 “잊혀지는 게 힘들까, 잊는 게 힘들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작가는 부드러운 붓 선과 유쾌한 문장, 군데군데 색을 사용하여 두 주인공이 보내는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며 주인공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에게 무엇을 잊고 살아가는지, 무엇을 기억하고 살아가는지 살펴보게 합니다. 내게 소중했지만 잊고 있던 기억, 각자의 그리움을 불러내게 합니다.
셋째, 벽이 아닌 소통을 위한 시선
<벽>은 직선과 곡선, 노랑과 파랑만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을 색다르게 해석하며 감각적인 조형미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보는 공간은 안을 들여다본 건데, 밖을 내다보고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더 멀어지기도 합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그림도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죠.
같은 곳이라도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달리하면 보이지 않던 부분이 눈에 들어와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는데요. 그 과정은 어느새 따뜻한 시선과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궁극적으로 ‘벽’은 ‘가로막힘’이 아니라 ‘새로운 소통’의 공간이 됩니다. 제22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입니다.
넷째, 살아갈 힘을 얻는 곳, 집
<우리 집은>은 ‘우리 집’이 좋은 네 식구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아이는 우리 집이 너무 좋아 친구에게 놀러 오라고 말하죠.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너네 집 3단지잖아. 거긴 임대아파트야. 임대가 뭐가 좋아!”라고 대답하네요.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임대가 부끄러운” 것이냐고 묻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엄마는 우리 집 엄청 좋은데, 너흰 싫어?”라고 대답합니다. 그 시간에 아빠는 가족을 위한 간식을 사 들고 귀가하네요.
사람들은 일터, 경제적인 형편 등의 이유로 서로 다른 집에서 삽니다. 하지만 집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가족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힘을 얻는 곳’일 듯합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요. 모두가 집의 의미와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며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을 위해 잠깐만이라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 시간 중에 누구보다도 수고한 나를 다독여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