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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운선 Sep 30. 2024

그림책으로 ‘감정코칭’하기

감정은 충분히 공감해 주고 행동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세요

우리는 흔히 “감정”은 내면의 어떤 것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감정(정서, emotion)의 라틴어 어원은 “e(나오다)+movere(움직이다)”로 “밖으로 끊임없이 움직인다”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슬퍼서 눈물이 나고 화가 나서 목소리가 커지며 누군가가 좋아서 얼굴이 붉어지는 등 밖으로 표현되는 반응이죠.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존 가트맨은 이러한 ‘감정’에 초점을 두고 부부, 양육자-아이 관계 연구를 하며 ‘감정코칭’를 제안합니다. ‘감정코칭’은 아이로 하여금 분노, 슬픔, 두려움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해결해 보도록 하는 대화법이며, 아이의 주의집중력과 학업 성취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서와 사회적 지능 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반면 정서적 욕구가 무시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효과적으로 문제해결을 못 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대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이러한 ‘감정코칭’의 핵심은 감정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행동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감정코칭의 5단계


1단계 아이의 감정 알아차리기

*언어 표현이 서툰 아이는 말보다는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때 아이의 행동에 숨은 감정을 포착하세요.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도 있으므로 열린 질문으로 아이의 감정 상태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예) 오늘따라 말이 없네. 무슨 일이 있었니?/친구와는 잘 놀았어?


2단계 아이의 감정 발견하여 교육 기회로 활용하기

*양육자는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피하지 말고 아이의 감정을 함께 나누며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도록 격려하세요.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 괜찮다는 것을 알려준 뒤 아이가 감정을 정리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줍니다.


예) 속상한 건 나쁜 게 아니야./네 물건이 망가져서 화가 났구나. 화날 만 해.


3단계 감정에 이름을 붙여 아이가 감정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아이는 어른이 하는 것을 모방하며 배우므로 양육자가 먼저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모습을 보여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합니다. 

*아이가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아이는 “이런 감정이 외로움이구나, 화난 감정이구나”를 알게 되어 그 감정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예) 엄마가 잠을 못 자서 짜증이 났어./친구와 같이 놀고 싶은데 못 놀아서 외로웠구나.


4단계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경청하기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긍정, 부정으로 구분하지 말고 어떤 감정이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세요.

*공감해 줄 때는 “왜?”라는 이성적 사고를 요구하는 질문보다 “무엇”과 “어떻게”를 사용하여 대화합니다.


예) 무엇이 너를 화나게 했니?/ 엄마도 너와 비슷한 일로 겁이 났던 적이 있어. 네 마음 충분히 알겠어.


5단계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아이의 감정은 공감하지만 행동에는 한계를 정해줘서 아이에게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세요.

*문제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보되, 해결책의 선택은 아이가 하도록 해주세요.


예) 마음대로 안 돼서 짜증이 났구나. 엄마도 내 맘대로 안될 땐 짜증이 나. 그런데 짜증이 난다고 물건을 집어던지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물건이 망가질 수도 있겠지?/밖에서 놀면 좋겠지만 비가 오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네가 만약 그 친구라면 어떤 마음일 것 같니?(역할놀이나 상상놀이를 통해 해결책 모색하기)


이러한 단계는 꼭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코칭’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로 생각하면 됩니다. 3, 4단계의 경우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많고 순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감정코칭


유아기에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 그림책일 텐데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감정코칭’을 할 경우 그림책 읽기의 효과와 더불어 ‘감정코칭’의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중한 존재를 찾는 한 아이의 간절한 여정을 그린 <괜찮을 거야>와 비 오는 날 우산을 안 가지고 온 한 아이의 용기를 그린 <이까짓 거!>을 중심으로 ‘감정코칭’의 대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보겠습니다.      


1단계 감정 인식하기

(좌)<괜찮을 거야(시드니 스미스 저|책읽는곰)>의 표지 (우)<이까짓 거!(박현주 저| 이야기꽃)>의 표지

*그림책의 표지와 제목, 면지를 탐색합니다.

*주인공이 어떤 감정일지 이야기 나눕니다.


예) “제목이 ‘괜찮을 거야’네. 뭐가 괜찮다는 걸까?” “표지에 보이는 아이의 기분은 어떤 것 같니?” “‘이까짓 거!’하면 어떤 마음이 드니?”


2단계 감정 발견하기

<이까짓 거!>의 한 장면

*등장인물의 감정은 어떠하고 왜 일어났는지,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야기 나눕니다.


예)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 거 같아?” “주인공의 마음은 어땠을까?”


3단계 감정에 이름을 붙여 감정 표현하기

<이까짓 거!>의 한 장면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예)“비가 오는데 혼자만 우산이 없어서 속상했겠다.” “당황스럽고 외로운 마음이겠어.


4단계 감정에 공감하기

<괜찮을 거야>의 한 장면

*등장인물이 되어 생각해 보고 아이의 실제 경험과 연결하여 이야기 나눕니다. 


예) “어린아이가 복잡한 도시를 혼자 다니는 건 어떤 마음일까?” “너도 이 아이처럼 혼자 길을 나선 적이 있니?” “무슨 일로 혼자 길을 나섰어? 그때 기분이 어땠어?” “두렵고 불안했구나.”


 5단계 바람직한 행동으로 감정 해결하기

(위) <괜찮을 거야>의 한 장면, (아래) <이까짓 거!>의 한 장면

*등장인물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고, 그 결과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이야기 나눕니다.

*아이의 경험이나 아이가 생각하는 해결방법과 그 결과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예) “아이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으려고 나무 위에도 올라가 보고 종이도 붙이는구나.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 “너도 누군가를 애타게 찾은 적이 있니?” “이 아이는 빗속을 씩씩하게 달려가는구나. 주인공이 친구라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 “만약 주인공과 비슷한 일이 네게 생긴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외에 <감기 걸린 물고기(박정섭 저|사계절)> <형보다 커지고 싶어(스티븐 켈로그 저|비룡소)> <정말 정말 한심한 괴물 레오나르도(모 윌렘스 저|웅진주니어)> 등의 작품도 감정코칭을 하며 읽기에 적절합니다. 


이런 그림책을 읽으며 할 수 있는 ‘감정코칭’과 관련된 활동으로는 “주인공의 감정에 이름 붙이고 표현하기, 다양한 감정 단어를 알려주기, ‘기분이 어때?’ 묻고 대답하기, ‘틀려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기,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로와 용기의 말하기, 나의 두려움, 화, 슬픔 등의 경험 표현하기, 주인공의 해결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등이 있습니다.     


아이가 양육자를 가장 필요로 할 때는 슬프고 무섭고 화가 날 때입니다. 이때야말로 양육자가 아이에게 깊은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감정코칭’ 하기 좋은 때죠. ‘감정코칭’은 어른에게도 필요한 대화법입니다. 서로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며 생활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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