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 아이는 캥거루족? 자라족?
흔히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양육자에게 기대어 사는 젊은이를 “캥거루족”이라고 합니다. 유사시 양육자 뒤로 숨어버린다는 뜻으로 “자라족”이라고도 하는데요. 많은 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유아기에 발달해야 할 자율성과 관련이 깊다고 진단합니다.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원격수업 및 자기주도학습을 잘 해내느냐의 문제도 자율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왜냐하면 “자율성”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줄 알며 자신이 선택한 일을 스스로 수행하며 책임을 다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선택, 결정, 반성, 판단 등이 따르기에 도덕성 발달과는 관련이 깊고, 자기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방임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요.
자율성 교육의 적기는?
자율성 교육의 적기를 심리학자 에릭슨은 2~4세로, 피아제는 2~10세로 보았습니다. 2세가 지나면서 유아는 인지나 신체 등이 발달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능적 측면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점점 행동을 주도하려는 성향이 나타나고 일상에서 자신이 따라야 할 규칙이나 사회적 정의를 깨닫게 되며 5~7세가 되면 인지 발달과 사회적 경험이 쌓여 자율성은 더욱 발달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자율성은 성인기에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영아기에서 유아기로 이어지며 발달합니다. 유아는 많은 부분을 다른 이에게 의존하지만, 커나갈수록 자신을 조절하고 어떤 일을 주도하며 자율성을 키워나가기 때문이에요. 자율성이 제대로 발달한 아이는 정서 표현 및 감정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독립성을 갖추게 됩니다.
자율성 발달의 적은? 거부와 통제가 높은 양육태도
양육자가 아이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하려는 것을 과잉 통제하면 자율성은 발달하지 못합니다. 아이는 자아에 대한 분노와 갈등, 고통은 더 많이 느끼면서 표현 및 감정조절 능력은 기를 수 없게 되죠. 아동기에는 주의집중력 결핍, 공격적 행동, 학습장애 등 적응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청소년기나 성인기에까지 영향을 미쳐 자신에 대한 수치심이나 의심을 지니게 되고 의사 결정을 스스로 못하는 성격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양육자는 자율성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며 아이를 지원해야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첫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게 해 주세요.
자율성은 아이가 혼자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벗는 등 스스로 달성하는 일이 반복될 때 길러집니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자율성뿐만 아니라 이후 아동기의 필수과업인 근면성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데요. 양육자는 무엇이든 서툴 수밖에 없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거쳐 잘해 낼 수 있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며 격려해 주세요. 양육자의 강압적인 지시나 명령으로 아이가 어떤 일을 하게 하면 자율성 발달은 방해받습니다.
<응가 공주>의 공주는 변비로 고생합니다. 매일 배가 아파 고생하는 공주 때문에 가족 모두 안절부절못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날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며, 잘 싸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잘하고 싶어도 양육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면 잘할 수 없겠죠. 편식 때문에 변비가 되기도 하므로 배변 활동을 위해서는 고른 영양 섭취와 채소와 물을 먹고 운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면 양육환경을 점검하여 도움을 주세요.
둘째, 무조건 “안돼”가 아니라, 아이의 이유를 들어주세요.
유아기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의 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입니다. 이때 양육자는 “안돼”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무조건 “안돼”라고 하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의지가 꺾입니다. 아이의 의견이 양육자와 다르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것이 하고 싶은지 이유를 들어주세요. 아이의 말을 경청한 뒤 양육자의 생각을 아이에게 전하고 절충안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자율성은 아이 스스로 의견을 내고 그것이 상대에게 존중받고 있음을 느낄 때 길러집니다.
<으르렁 이발소>는 이발소에 가기 싫어하는 아기 사자와 그런 아이를 이발소에 데려가려고 하는 아빠 사자의 갈등을 그렸습니다. 그 갈등은 아이의 투정과 심술 속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을 확인하며 해결이 되는데요. 때로 아이들은 양육자의 말을 안 듣고 고집을 피워 양육자를 난처하게 만듭니다. 만약 아이가 그렇다면 그 이유를 들어봐 주세요.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아이의 진짜 마음을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셋째,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과제를 주세요.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기쁨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자율성이 커집니다. 장난감 정리,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기 등 아이가 할 수 있는 임무를 주세요. 단 아이가 이루기에 너무 어려운 과제는 실패와 좌절만을 경험하게 하므로 성취 수위를 조절해야 합니다. 아이가 조금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과제를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커나갈수록 호기심이 커지면서 혼자 하고 싶어지는 게 많아집니다. <내가 할 거야>에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운율이 느껴지는 글과 밝고 경쾌한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내가 내가”를 반복하며 밥 먹기, 신발 신기 등을 주도적으로 하는 동물들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기에 모든 일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사소한 행동이더라도 많은 시도와 실수를 반복하며 익힙니다. 아이가 새로운 행동을 시도할 때 위험하지 않다면 허용해 주고 격려해 주세요.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는 임무를 주어 아이가 성취하도록 해주세요.
프랑스 교육학자들은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율성”을 꼽습니다. 우리나라의 2020 개정누리과정(만 3~5세 공통교육과정)도 교사와 유아의 자율성을 강조하는데요. 양육자 뜻대로 아이가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에 지나치게 양육자 주도적이거나 빠르게 개입하면 아이의 자율성 발달은 방해를 받습니다.
자율성은 양육자가 아이의 실수나 실패를 판단하지 않고 응원할 때 발달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어떤 것을 익힐 때 중요한 규칙이나 내용은 알려주되, 아이가 직접 경험하며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