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활동이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가르침이 되기
“내가 하는 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란 말이야!”
아이의 인격 형성을 위한 가장 큰 가르침은 양육자가 본보기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육자가 제 아무리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도 항상 좋은 본보기가 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양육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이중적인 메시지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는 양육자의 말을 따르면서도 불만을 갖고 따르게 됩니다. 반발심이 생기고 양육자를 신뢰하지 못하며 부적절한 감정이 생기는데요.
“인성” 형성에 좋은 책 읽기
일반적으로 인성은 사람의 성품을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는 개성, 인격, 성품, 사람 됨됨이, 인간성 등이 있는데, 인성은 ‘사람의 마음’과 ‘사람 됨’의 두 가지 요소로 타고남과 경험 및 환경 등의 영향이 상호작용하며 이루어집니다.
인성은 어느 사회, 시대를 막론하고 강조가 되었습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정을 일부 개정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인성교육진흥법(2조 2호)의 인성교육의 목표는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된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을 기르는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인성을 가늠할 만한 여러 가지 채용기준을 마련해 인재를 뽑고 있습니다.
인성 교육의 내용은 관점이나 목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성 교육에 효과적인 방법은 양육자와 함께 책을 읽는 것입니다.
인성을 위한 구체적인 독서 활동은?
첫째, 아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책 읽기 <귀 없는 코끼리 알퐁소>
많은 양육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는 아이가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궁금해합니다. 양육자는 아이에게 듣고 싶은 답을 마음에 정해 놓고 “얘처럼 말썽을 피우면 안 되겠지?” “줄거리를 말해 볼래?” “이 책의 주제가 뭘까?” 등의 질문을 하는 것이죠. 이때 아이의 대답이 마땅치 않으면 아이를 다그치거나 멀쩡한 아이를 부진아로 치부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의 태도는 아이를 책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양육자와의 대화가 불편하여 피상적인 대답을 하거나 입을 꾹 다물게 합니다.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는 책을 매개로 아이를 욕구와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대화의 내용은 아이가 이야기의 어떤 점에 공감하고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 비슷하거나 다른 경험이 있는지 등이 되어야겠죠.
코끼리 알퐁소는 귀가 없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속상해 마음을 달래려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그 길에서 코끼리 귀뿐만 아니라 표범, 돼지, 사람 귀 등이 달린 나무를 만납니다. 알퐁소는 원하는 만큼의 귀를 달아보고 행복해지는데요.
어린이는 남보다 작은 몸, 부족한 능력, 어른만큼 세지 않은 힘 등 많은 부분에서 결핍을 느끼기 쉽습니다.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가 따라오는 것도 당연해 실망도 자주 느낍니다. “왜 나만 못났지?”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어”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알퐁소의 이야기를 통해 소심하거나 의기소침한 아이의 억눌린 감정을 이해하고 해소하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줍니다.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의 색감은 알퐁소의 결핍을 보듬어주며 이야기를 더욱 몰입하게 합니다. 아이가 느끼는 결핍이나 고민, 소망 등을 함께 나누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둘째, 역지사지할 수 있는 활동하기 <네 마음을 알고 싶어>
‘역지사지’는 ‘남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으로 배려심이나 협동심, 존중감 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역지사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은 “만약 내가 작품 속 인물이라면?”입니다. 내가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상상하게 하는 것이죠. 그 결과는 등장인물과 비슷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어서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역할극도 인물이나 사건을 이해하게 합니다. 목소리와 몸짓으로 책 속의 상황을 모방하며 할 수도 있고 인형이나 나무젓가락이나 장갑 등을 활용해 인형을 만든 후 역할극을 해도 됩니다. 극본을 만들고 분장을 하여 할 수도 있는데, 이때에는 함께 역할극을 준비하는 과정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이 됩니다.
이 책은 한 여자아이와 작고 이상한 동물이 함께 겪은 상황을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냈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는 같은 상황이라도 입장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이해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첫 번째 여자아이 이야기인 ‘작고 이상한 새 친구를 만난 날’에서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 ‘모든 이야기에는 두 가지 면이 있고, 진실이 숨겨져 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두 번째 작고 이상한 동물의 이야기인 ‘크고 끔찍한 동물을 만난 날’에서는 ‘그건 최악의 시간이자, 최고의 시간이었다’라는 찰스 디킨스의 명언을 써 놓았습니다. 이는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인데요.
그림은 여자아이와 작고 이상한 동물의 관점에 따라 같은 상황을 달리 표현해 두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보여줍니다. 전혀 다른 마음과 생각은 서로 대비되어 나의 친절과 배려가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셋째, 즐거운 책 놀이를 통해 정서의 안정 찾기 <괴물이 오면>
어린아이일수록 환상이 커서 두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두려움을 구체화하여 간접경험하게 하고 가지고 놀게 하면 공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가 지닌 두려움과 관련된 책이나 괴물 등이 나오는 책을 읽고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죠. 괴물을 따라 그리거나 내 마음대로 혼내 보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아이는 무서웠던 내용이 재미있고 우스워지면서 자신감이 생깁니다. 마음에 쌓였던 우울이나 불안, 긴장 등이 해소되며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됩니다.
아이들은 상상을 많이 합니다. 이해할 수 없거나 혼자 있는 시간의 두려움을 상상으로 채우기도 합니다. 특히 혼자 잠자리에 들 때면 어둠을 무서워하는데요.
이 책은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의 상상을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오히려 문제가 해결됨을 보여줍니다. 이때 엄마의 대화가 중요해지는데요. 엄마는 아이의 두려움과 상상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아이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질문을 할 뿐인데 어느새 아이는 막연했던 괴물의 실체를 탐색하며 괴물을 걱정합니다.
누구나가 저마다의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품고 살아갑니다. 이때 두려움의 감정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보고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 내보고 가면을 만들어 내가 직접 괴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다양한 책 놀이로 부정적으로 느끼는 정서를 가지고 놀게 해 주세요. 더불어 이 책의 엄마처럼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해 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인성교육이 됩니다. 모든 활동이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가르침이 되어 아이의 인성에 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