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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소독차, 왜 안보이는 걸까?

by 뉴오토포스트

연막소독 방식의 소독차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국소 부위에 살포하는 소독차로 전환

%EC%8A%A4%ED%81%AC%EB%A6%B0%EC%83%B756.png 사진 출처 = 유튜브 ‘강릉시’

한여름 저녁이면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던 소독차. 뒤따르는 희뿌연 연기 속을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쫓아가던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소독차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누군가에겐 방역의 최전선이었던 소독차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라졌다. 모기와 해충을 막기 위한 방역 수단으로 도입됐던 소독차는 과학과 정책의 변화, 그리고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그 모습을 감추게 됐다. 그렇다면, 이 익숙했던 존재는 왜 사라졌고,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시각적으로만 안심을 준 소독차

%EC%8A%A4%ED%81%AC%EB%A6%B0%EC%83%B757.png 사진 출처 = 유튜브 ‘강릉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각지의 지자체와 보건소는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소독차를 운행했다. 차량 뒤편에서 굵은 흰 연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골목길을 누비는 모습은 지역 주민들에게 방역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아이들에겐 놀이터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연막소독은 당시로서는 해충 퇴치에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다.


당시의 소독차는 주로 모기나 해충 퇴치, 그리고 전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운영됐다. 특히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모기로 인한 감염병이 심각했던 시절에는 정기적인 연막소독이 필수 방역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가 지나간 후 골목 전체가 안개처럼 뿌옇게 변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든든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연막소독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흰 연기를 가득 품은 차량이 지나가도 모기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등장했다. 연막은 공중에 흩어져 시각적인 효과는 컸지만, 모기 유충이나 서식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어

%EC%8A%A4%ED%81%AC%EB%A6%B0%EC%83%B758.png 사진 출처 = 유튜브 ‘미추홀구 미추홀릭TV’

문제는 단순한 비효율성만이 아니었다. 연막소독 연기 속에 포함된 살충제 성분이 인체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특히 아이들이 그 연기를 직접 마시며 따라다니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성분은 호흡기 자극, 알레르기 유발, 심하면 천식 유발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소독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확산됐다.


여기에 대기오염 유발, 생태계 교란 등 환경 관련 문제까지 더해졌다. 살충제가 공기 중에 무차별적으로 퍼지면서 곤충뿐 아니라 다른 생물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고, 연기 자체가 미세먼지와 비슷한 입자를 포함해 공기 질을 악화시킨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러한 비판들이 누적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 방식의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결국 2010년대 이후 방역 정책은 눈에 보이는 연막소독에서,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분무형 소독(ULV)’ 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는 공중에 연기를 퍼뜨리는 대신, 감염 가능성이 높은 국소 부위를 중심으로 조용하게 약제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역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골목을 누비던 연기 나는 소독차는 점차 그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이다.


형태를 바꿔 살아남은 소독차

%EC%8A%A4%ED%81%AC%EB%A6%B0%EC%83%B759.png 사진 출처 = 유튜브 ‘삼성카드’

여전히 전국 지자체와 보건소에서는 해충 퇴치 및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소독차를 운행하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요란한 연기를 뿜으며 등장하지 않을 뿐이다. 대부분 조용한 분무 방식으로, 특정 장소나 하수구, 정화조 주변 등 위험 지역에 집중적으로 약을 살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독차는 여전히 방역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로 변화했다. 연기 속을 따라 뛰놀던 향수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보다 안전하고 정교한 방역 시스템이 대신하고 있다. 과거의 소독차가 ‘눈에 보이는 안심’을 줬다면, 오늘날의 방역은 ‘보이지 않아도 실효성 있는 대응’으로 진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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