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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창조성 회복을 위한 용기

아모르샘

by 뉴아티

‘인간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바로 아티스트다.’


저자는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런 사실을 깨닫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창조성을 치유하고 어루만져 줄 소명감을 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아티스트의 내면을 치유하고 창조성을 회복하는 연습 과정을 담은 워크북 같은 책이다. 각 장은 설명글과 함께 연습, 과제, 점검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있는 원칙을 따르며 과제를 실천해 가다 보면 행동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자신 안에 내재한 창조성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활용하라고 한다.

모닝 페이지는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매일 쓰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쓰면서 나를 끊임없이 비판하는 내면의 검열관을 무시하고 진정한 자아와 만나는 시간인 것이다. 이렇게 모닝 페이지는 창조성 회복의 실마리가 되는 도구로 우리를 절망에서 벗어나게 하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으로 안내해 준다고 한다.

창조성을 일깨우기 위한 또 다른 도구는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이것은 매주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 두고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와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시골길 걷기, 일출이나 일몰을 보러 해변에 가기, 낯선 교회에 가기, 여행하기, 농구나 볼링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영감을 얻고 내면을 채우는 시간이다. 나의 창조적인 의식과 내면의 아티스트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변화를 경험했다. 먼저 ‘내 글’이란 걸 쓰게 되었다. 나는 글 쓰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서 국어국문과에 지원하지 않았다. 사실 국문과를 갈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국문과에 가면 과제로 글쓰기가 많을 것 같아 자신 없었다. 그렇게 글 쓰는 일을 피하며 지내다 ‘뉴아티 북클럽’ 모임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 작가도 됐다.

다른 멤버들이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도전하고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나도 한번 해보자고 지원했는데 다행히 승인되어서 작가의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등단 작가들이 볼 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쨌든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글을 쓰는 장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나를 위한 사치를 하다.

이 책에는 독자에게 질문하는 것도 많고, 작가가 권하는 실천 과제도 많다. 어떤 질문은 여전히 답을 못 하고 있고, 어떤 과제는 실천하기 버겁다. 하지만 ‘나를 위한 사치’는 가장 맘에 들고 실천하기도 쉽다. 작은 것이라도 내 안의 어린 아티스트가 기뻐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 주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갖고 싶거나 가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하려고 한다.

특별히 갖고 싶은 것은 없지만 가고 싶은 곳은 가능하면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올해에도 튀르키예와 제주도, 그리고 차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산까지 가면서 중간중간 맛집과 멋진 경치를 보며 유람하듯 다녀왔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도 보고 소문난 흑백 요리사 맛집도 다녀왔다. 그리고 미술 전시회나 공연도 기회가 있으면 보려고 했다. 꼭 이 책 때문이었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영향을 준 건 사실이다.

이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이게 글을 쓰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글감이 풍성해지고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면서 감성이 풍부해짐을 느꼈다. 내 안의 어린 아티스트를 즐겁게 하고 창조성을 일깨우는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실천하면 글 쓰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혼자서도 잘해요.

이 책을 읽고 내가 달라진 또 한 가지는 혼자서도 무엇인가를 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에는 혼자서 뭘 하는 것이 편치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당당해졌다. 아직도 혼자가 어색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주변을 살피며 신경 쓰는 일이 줄어들고 마음이 훨씬 자유롭다. 혼자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쇼핑을 하거나 독립 서점에 가는 일 등을 한다.

특히 주변 경관도 아름답고 분위기 좋고 그곳에만 있는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숲 속 도서관에 가는 것이 즐겁다. 인왕산 ‘윤동주 시인의 언덕’ 아래에 있는 한옥으로 된 운치 있는 청운 문학도서관, 창밖에 숲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봉제산 책 쉼터, 책이 있는 서재 안에 카페가 있는 방배 숲 환경도서관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숲속 도서관을 다니며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고 주변에 숲길을 걸을 수도 있어서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혼자 읽어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나는 ‘뉴아티 북클럽’에서 이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책은 각 장마다 특정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각 장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나 단어를 이용해 글을 썼다. 책을 완독한 후에는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에세이를 썼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공감대가 있고 추구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하므로 우리는 서로의 글에 대한 나눔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창조성 회복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창작에 대한 두려움과 방해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 책의 장점은 추상적인 조언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12주 과정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단계별로 창조성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어떤 사람이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느냐 혹은 그늘에 숨어 꿈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그림자 아티스트가 되느냐는 재능이 아니라 용기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 활동을 통한 창조적인 삶에 관심이 있고 그런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과 창작 활동을 하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맴돌며 용기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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