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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경 Aug 13. 2021

엄마가 보고 싶다

[김유경의 오늘] 빈자리가 너무 크다

현산 스님 목소리를 듣자 울음보가 터졌다. “스~님~~ 엉엉 어머니 요양병원 들어가세요 엉엉” 입원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엄마를 위해 집으로 오시라고 요청했다. 아침에 전북 진안에서 전화 받고 정오쯤 도착하신 현산 스님은 서재로 숨으셨다. 샤워를 방금 마친 엄마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몸단장을 끝마칠 때까지. 갑자기 보고 싶어 오셨다고 하자 엄마는 현산 스님을 껴안으며 좋아했다. 

   

“엄마 이젠 내가 엄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요양병원에 입원해.”

눈만 뜨면 지옥을 만드는 엄마를 감당할 수 없어 난 울며 얘기했다. 그래서일까. 입원 상담을 마치고 돌아와 솔직하게 말하며 병(코로나19)에 걸렸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자 저녁인데도 선선히 선별 검사소로 따라 나섰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검사결과 문자가 왔다. 엄마는 당일 입원에 응했다. 의외였다.   

      

[오전 7:32] [Web발신]

황00님 2021-08-04 코로나19유전자검출검사(PCR) 결과 음성입니다. - 미00구보건소

[오전 7:33] [Web발신]

김00님 2021-08-04 코로나19유전자검출검사(PCR) 결과 음성입니다. - 미00구보건소   

  

이런저런 절차를 마치고 병동 앞에 다다른 엄마는 잠시 주춤했다. 돌아오는 길에 현산 스님께 들으니, 엄마가 몇 검사 후 로비에서 기다리는 중에 무섭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당신은 가는 길이니까 남겨진 내가 걱정이라며 부탁했단다. 입원에 직면해 엄마 모성은 날 위해 치매증을 막아서려 정신 바짝 차린 거였다. 간호사가 말렸는데도 이후 나는 매일 전화해 엄마와 통화한다. 엄마는 간간이 언제 데려갈 거냐고 묻는다.      


어제 간호사는 만들기 요법을 시행했는데 생각보다 엄마의 인지능력이 떨어져 있다고 귀띔했다. 내겐 당연했다.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엄마 이름도, 생년월일도 포함된 지 오래다. 엄마는 나와 통화하면서도 여러 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간호사나 간병인의 말 속에 엄마가 잃어버린 단어들이 많아 엄마에게 가 닿을 수 없으리라. 들리되 들을 수 없는 답답함을 엄마는 말을 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으로 대신했었다.    

  

첫날 빼고 병원 밥과 어울림에 잘 적응한다는 엄마에게 내 목소리가 도움이 될까? 간병인도 엄마 맘에 드는 눈친데, 설움을 못 이겨 전화하는 내가 못났다 싶다. 못 견디고 퇴원하면, 더 이상 어찌할 자신도 없으면서. 실정을 알면서 이런저런 감정에 휘둘리는 나를 추스를 일이 급선무다. 엄마 방을 정리하다 휴지곽에 꼭 기억하려 적어둔 걸 발견하고 또 펑펑 우는 내 몸무게는 39.9Kg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남겨두고 돌아선 지 8일째다. 죄책감을 떨굴 수 없는 애별리고(愛別離苦) 탓에 평소와 달리 깊은 잠에서 동떨어져 있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입 다물고 세끼를 제대로 챙기려 주방을 오가지만 설거지할 것이 많지 않다. 아침저녁 선선해지니까 홑겹 환자복으로 지내는 엄마가 또 궁금하다. 어떻게 해야 엄마와 나를 참으로 위한 걸까. 일을 저질러 놓고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 

     

엄마는 안 걸리는 걸음으로 아픈 머리를 눌러가며 매일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했다. 심지어 입원하는 날 오전에도 부리나케 청소를 하고 샤워를 했다. 그나마 반복적 일상 습관이 엄마의 정신을 붙들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 간병인은 엄마가 맘이 편하다고 했다며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 엄마 방식대로 청소를 하다가 주저앉았다. 아픈 엄마도 내 울타리였다.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엄마가 날 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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