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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Oct 19. 2016

잠 못 드는 밤 눈물 비는 내리고

엄마 나는 자고 싶지 않아요


이 밤 역시나 또 울리고 만다. '울려서라도 재울까?' 제일 쉬운 길을 택하고 싶었던 무수한 밤을 견뎌왔는데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곁에 두고 결국 질문을 가장한 엄포가 이어진다. 혼나고 잘래? 그냥 잘래? 부드럽지 않은 뉘앙스를 어둠 속에서 온몸으로 느낀 아이는 즉각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혼~내지 마요. 므서워. 이쁜 말. 이쁜 말. 엉엉."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결국 다정한 목소리를 꾸미고 만다.


"알았어. 일루와. 이쁜 말 할게. 그래도 잠은 자야 해."


너의 말에 귀 기울이겠다고, 너의 말이 잘 들린다고, 매번 자신 있게 말해왔지만 자고 싶지 않다고 온 몸으로 시위하듯 버둥거리는 너의 몸짓 언어를, 이번 만은 못 들은 체 할 수밖에 없다.


실컷 놀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좋으련만, 너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엄마의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하는 너를 생각하면 재우는 일을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가 없다. 많은 이해를 장착하고 꽤 짙은 인내를 보여주었다고 자부하는 엄마도 이번만은 타협도 보류도 없는 것이다.


잠이 부족해 눈도 못 뜨는 너를 업고 뛴 날도 있었고, 매일을 똑같이 반복되는 일과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 어린이집을 덜 보내기도 하지만 우선 가야 하는 기본 일수는 지켜야지 그리고 어느 정도 규칙은 네 몸에 익히며 살아야지..


아이 생활의 모든 건 잠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육아를 하며 수없이 많은 정보에 고민과 갈등으로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에 대한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잠이 부족하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없다. 그리고 면역이 떨어져 종종 아프다. 아이를 키우며 크게 좋은 일이 있어 행복이 아니라 병원을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여긴다. 그 대부분을 청결과 잠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엄마는 좀 덜 먹어도 쫓아다니며 먹이려고 애쓰진 않지만 하루 정량의 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아이를 울리는 길을 선택하고 만다.


아이가 더 아기였을 때는 수면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때 되면 일어나 먹고 까르르 잘 놀다 푹 자던 아이는 유난스럽지 않았다. 백일의 기적을 기다려도 되지 않을 만큼 크게 힘들게 하지 않던 아이는 통잠도 꽤 일찍 시작했고 곁에 누가 없어도 잘 잤다.


그러던 아이가 오히려 돌이 지나면서부터 우리를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많이 희미해졌지만 가끔은 공포감이 밀려오기도 했던 어둠 속의 아파트 주차장이 눈에 선하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기띠에 들쳐 안고 무작정 나갔다. 깜깜한 가운데 가로등 불빛 하나에 의지해 그 길을 걷고 또 걸었. 차 지나가는 소리, 학원에서 늦게 하원 하는 아이들 소리,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의 잰 발걸음 소리. 그 소리들을 배경 삼아 우리만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오롯이 아이와 둘만 존재했던 시간.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초롱초롱하고 까만 눈동자가 껌벅거리다 감기기까지 그 시간은 세상 제일 긴 시간이고, 나를 엄마로 여물게 하는 시간이었다. 벌써 추억이라 느껴질 만큼 지금은 아련함으로 밀려오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고부터는 제대로 전쟁을 치렀다. 잠이 별로 없던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두 시간씩 자고 와서는 11시가 넘도록 정신이 또릿또릿 했다.


네가 잠을 자야 엄마, 아빠도 한두 시간 집안일이며, 개인일을 마무리하고 잠들 텐데, 어떻게든 재워보겠단 의지로 아이를 차에 태워 동네를 몇 바퀴씩 돌고는 했었다. 나른하게 목욕시켜 늘어지는 음악도 들려주고 침대에 누워 한 시간이 넘도록 자는 척하다 나도 함께 잠들어 버리던 밤들. 그런 밤들을 지나 세 돌이 된 아이는 이제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유와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눈감으면 무서워요."


"자니까 심심해."


어찌 그래, 어디서 나오는 체력이야, 세상 모든 게 신나고 새롭기만 한 너는 그저 깨어있고 싶겠지. 오늘도 왜 '또' 자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고 재우려는 엄마가, 또 아빠가 평상시와는 다르게 좋지만은 않겠지. 하지만 자야 해. 충전해야 해. 놀았으면 그만큼 쉬어줘야 해. 그게 널 지켜주고, 널 자라게 하는 힘이야.


눈 감으니까 무섭다고 하면 꿈에서 엄마랑 만나자 하고, 자니까 심심하다고 하면 다음 날 새로이 열릴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아이의 마음을 다독였다. 버티고 비비 꼬고 울었던 긴긴 밤들이 지나 이제 너는 키 1m가 넘는 아이로 내 옆에 누워있다. 신기해. 등이며 팔이며 간지럽다는 말에 손톱이 나가버릴 만큼 오랫동안 몸을 긁어주며 엄마는 '인내'라는 단어를 새로이 새겼다.


"밤에 그래도 10시 전후로 자고, 아침에 잘 일어나고 요즘같음 좋겠다."


"응, 유호가 잠자는 시간을, 우리가 좀 엄하게 하긴 하지만, 그래서 잘 크는 것도 있을 거야. 평균 수면시간 보장이 돼서."


부부는 잠든 아이를 보며 동지애가 싹튼다. 잠만 잘 자도 소원이 없겠다. 엄마는 정말 모든 바람들을 뒤로한 채 마음이 소박해졌다. 이런 마음이 지나쳐 가끔 감정 무너지긴 하지만, 그래서 결국 아이를 울리고 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끝까지 가지고 가진 않는다. 


 으로 빠져드는 아이에게 울게 해서 미안해, 엄마 말 들어줘서 고마워, 잘 자 사랑해를 잊지 않고 아이의 슬며시 라가는 입꼬리를 확인한다. 그리고 다음날 혼자서 작은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아이를 소중하게 맞이한다.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고 리쳐 깨우거나 늦었다고 박하는 대신 살살 흔들어 깨운다. 어젯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의  기억하는지 묻고, 도저히 눈을 뜨지  때는 아이가 아하는 로봇이나 어린이집 프로그램  외웠다 말해주고, 또 아빠는 먼저 일어나서 아빠가 일등 하면 어쩌냐는  관심 있어  만한 주제로 말을 걸어 자연스럽게 깰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가 웃는. 이미 깼으면서도 깨지 않은 척을 하는 아이가 천진하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엄마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잘 잤어? 우리 아들? 환영해. 너의 새로운   . 그리고 곧 눈물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뜨길 바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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