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이 착할 순 없는 걸까?

20210510

by Logan

지난 시간 동안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레 내부적인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굳이 '하게 되었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어떠한 학문적 또는 영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계를 한 것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자연스레 데이터로 쌓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통계에는 나의 관측 자체가 부정확할 수도 있으며, 내가 겪었던 집단의 편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오류가 존재할 것이다. 이런 점을 차치하고 오롯이 나의 뷰에만 근거해서 짧은 생각이나마 적어보고자 한다.



갑자기 이 소재가 떠오른 것은 다름이 아니다. 최근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내부적인 이야기를 잠시 하였는데, 특정 직원이 일을 잘 못한다는 평판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상당한 인격자이며, 이미 표면적으로도 온화한 아우라를 두르고 다니는 타입이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지금까지의 히스토리를 돌아보았을 때 누군가가 '지성'과 '인성'을 겸비했다는 직접적인 인상 또는 간접적인 평판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 왜 그런 것일까?



이 관측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네 가지로 유형을 분류할 수 있겠다. 이 중에서 고려의 대상이 되는 똑똑하면서 착한 유형은 배제하고 보고자 한다.



우선, 똑똑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은 유형이다. 해당 샘플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사람이 잘 없었다. 즉, 이런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의 개체 수가 적거나, 혹은 인상에 남을 정도의 영향력조차 미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는 현재 논의의 주제가 되는 유니콘 똑똑하면서 착한 유형과 상통하는 맥락이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기억에 남을 임팩트가 없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이는 절대적인 개체 수의 부족으로 결론이 수렴할 것이다.



그 다음은 착하지만 똑똑하지는 않은 케이스이다. 무한상사에서 정준하가 정 과장을 통해 했던 포지셔닝과 비슷한데, 어느 조직을 가나 샘플이 꽤나 많이 보이며, 실제로 내가 이 생각을 전개하는 단초가 되어준 사람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 유형이 조직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 일 처리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업무라는 테이블 이외의 영역에서 활동적인 사람이 일부 있다. 암암리에 '조직 내 정치'라고 일컬어지는 섹터인데, 업무 시간 외에 동료/상사/후배들과 인간적인 끈끈함을 맺는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 까닭에 본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냉정하게 대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렇게 다소 흐려진 잣대를 통해 본인의 부족한 능력을 커버하는 것이다. 물론, 이 케이스는 커리어적으로 잘 풀린 경우이고, 여기에 성공하지 않은 개체들도 존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똑똑하지만 착하지 않은 케이스이다. 이 경우 또한 착하지만 똑똑하지 않은 케이스만큼은 아니지만 조직 내 1명 정도는 반드시 존재하는 편이다. 그리고 또 높은 확률로 해당 조직의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CTO, CSO 등 대내외적으로 고도의 지능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개체들은 본연의 능력 자체가 뛰어나서 그 자체로 인정을 받은 케이스로, 말하자면 조선 시대 장원 급제하듯이 조직 제도를 정면 돌파한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고 뒷담화가 나오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오히려 그 어느 유형보다도 격렬한 뒷소문이 나오는 편일 것이다. 일부는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혹은 정말로 인성이 매우 기형적으로 돌출되어서 그 여파가 새어나올 수도 있다.



본래 논지로 돌아가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한 가지 자질을 가진 샘플들에 비해 둘 다 가진 유형은 왜 잘 보이지 않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 나는 2가지의 가설을 수립해 보았다.



첫째로, 능력치 상대설이다. 지성이 100/인성이 100 이라는 절대적인 수치에서의 균형은 일종의 기적이라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 어느 한 쪽에 더 특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성 90/인성 100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지표면에서는 문무겸장이라 볼 수 있지만, 제 3자 입장에서는 인격자로 분류할 수 있다.



둘째로, 지성을 인성에 우선해서 발현되는 우성적인 성질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애초에 지성이 우월한 사람은 인성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회사 내에서 인사 기능의 본질은 가격 대비 일을 잘하는 노동자들을 채우는 것이고,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통해 이탈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따라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일시적으로 회사 조직에게 '갑'적인 위치를 점하고, 이에 따라 굳이 본인의 인성적인 부분까지 어필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정말 타고난 보살이 아닌 이상 많은 부분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은 이를 과감히 생략하고 유휴 시간과 자원을 다시 본인의 역량 육성에 재투자함으로써 하나의 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적다보니 길어졌다. 내 개인적으로는 우리 집의 가훈 '더불어 사는 삶'을 신봉하는 편이며,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여럿이 가면 멀리 간다고 믿는 축에 속한다. 한가로운 저녁, 유희 목적으로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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