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기차 여행 같다. 때론 어두운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때론 아름다운 들판을 지나기도 한다. 종종 이 터널이 끝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 지나는 물 맑은 경치가 계속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풍경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비가 온다고 슬퍼하거나 터널이라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대개의 경우에는 어디를 가는가 보다도 어떤 객차에 누구와 함께 앉아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행을 망치지 않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나쁜 사람의 옆자리를 피하는 기술이다. 어떤 사람은 가까운 자리에 올라타 내내 정신 사납게 굴기도 하고, 시끄럽게 전화통화를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옆자리에 앉아 내 간식을 뺏어먹기도 한다. 기차에 올라탄 사람들은 때론 긴 시간을 함께 여행하기도 하고 때론 몇 정거장 가지 않고 내리기도 한다. 기차에 올라타는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듯 내리는 사람도 내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기차에서 서로의 옆자리를 잠시 빌렸을 뿐이다. 때론 끔찍한 동승자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내릴 때가 되면 내린다. 이때 회자정리는 희망이고 거자필반은 절망이다. 때로는 불편한 승객을 피해 내가 먼저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 누가 먼저 왔는지를 따지기 보다 두말 않고 내가 자리를 옮기는 것이 나에게 더 낫다.
종종 꽤 괜찮은 여행객이 동승하기도 한다. 여러 해 전 이탈리아에서 만난 한 미국인이 자기도 가보지 않은 나폴리의 아름다움에 대해 내내 떠들던 기억이 있다. 뷰리풀 네이플이라며 내내 떠들었던 그 나폴리에 실제로 봤던 나폴리보다 더 행복했다. 어차피 목적지에 닿으면 바라볼 풍경이지만 행복한 상상으로 채워져 있으면 가는 길이 더 수월하다. 어차피 가보지 않은 곳인데 기왕이면 희망과 기대로 채우는 게 즐겁지 않은가.
긴 기차여행에서는 기차역에서 친구가 커피를 들고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짧아서 아쉬운 몇 분 간의 수다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종종 일방적인 관계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옆자리에 앉아 답정너를 시도하는 동승자는 빨리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내 주장을 하다 보면 기분이 상하기 십상이다. 대개는 다시 안 볼 사이니 네 말이 다 맞다 하고 안 들리는 척해야 한다. 대화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빨리 끝내는 법, 자리를 옮기는 법을 배우는 편이 인생을 평화롭게 한다.
지금 가까운 자리에 나를 힘들게 하는 승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곧 헤어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지금 내 곁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승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곧 헤어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진심으로 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