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 달을 쉬고 다시 출근이다.
이직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스타트업 같으면 1주일이면 끝날 면접 및 레퍼런스 체크 과정이 외국계 회사에선 5주가 넘게 걸렸다.
이미 인터뷰 전형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최종 입사를 확정 짓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니던 직장은 스타트업답게 매일 새로운 변화가 있었고 이미 퇴사를 결심한 입장에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나를 제외한 기존 직원들은 모두 퇴사했고, 새로 온 팀장은 자신감이 넘쳤지만 딱히 본인이 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최종면접에 합격한 한 회사에서 사정이 어렵다고 갑자기 전형을 중단하고 최종 오퍼까진 기다려달라고 했다. 현업 팀장은 일손이 모자라니 나를 빨리 데려오고 싶어서 온갖 좋은 말들을 해놓은 상태였지만 회사 전체적 분위기는 안 좋은 게 아닐까 유추했다. 역시 남의 말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기다려달라는 말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물론 그냥 기다리지는 않았다. 다른 곳들도 추가로 면접을 봤다. 많은 연차를 소진해야 해서 눈치도 보이고 욕도 많이 먹었다. 예상보다 몇 주 더 걸려서 기나긴 기다림 끝에 최종적으로 가고 싶던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지쳐서인지, 좋은 오퍼에도 마냥 기쁘진 않았다. 그래도 해방감은 있었다. 기다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일단 끝나면 잊어버리고 다른 시도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렇게 뿌려둔 작은 씨앗들이 우연치 않은 기회로 내게 온다. 옵션이 많다면 그 순간 고민은 많아진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격은 후 내린 결정은 더욱 빛난다. 나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협상력이 올라가게 된다.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다시 멀쩡한 척 해내야 한다. 전혀 불안하지 않은 것처럼,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고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