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만족감보다는 불안감이나 분노가 원동력이 되곤 했다. 돌이켜보면 대체로 안전한 길을 택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들을 했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는 곳에 스스로 몰아넣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려도 했다.
그 순간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 백수, 학생이 아닌 작가로서 생각하기 위함이었다. 걱정되고 망설여졌지만 생각을 덮기 위해 혼자 멀리 여행도 떠났다. 회사원이었다가 퇴사 후 투자자 혹은 여행가, 작가로서 살아보는 것이었다. 물론 어떤 수익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회사원으로 사는 것은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매일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역마살이 낀 건지, 정착을 하기가 싫었던 건지 5곳정도 크고 작은 회사들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년 동안 다녔다. 총경력은 10년도 안되었지만 이상하고도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나름의 경력직으로 거듭났고 어떤 문제도 아는 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호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내가 재무회계 일을 하는 이유>
- 돈 때문인가? 맞다. 이 직무는 연차가 쌓일수록 연봉이 올라간다. 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다.
- 게으른 완벽주의자에게 적합한 일이다. 즉, 모든 것에 supporting data가 필요한 정확하고 꼼꼼함이 필요한 일이다. 나는 틀리는 것에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보고 또 본다.
-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부서는 아니지만, 어느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즉, 이직이 쉽다.
-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습관이 생긴다.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제시한다면, 그 어떤 것도 승인받을 수 없다. 승인을 하고, 승인을 받는 입장에서 늘 습관적으로 고민을 하고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썼지만 이는 몹시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회사에서의 일은 나의 일부분일 뿐이다. 원래도 충성심 같은 건 없지만, 이제는 소속되어 있는 자체가 중요할 뿐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회사가 외국계고, 일을 못하면 잘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잘리지 않는 수준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나도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상황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내가 겪는 일들에 대해 흔들리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고 있다. 나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변화가 두려워 무엇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위로라도 해보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