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조울증의 경계에서

중증 정신병력을 모두 가질뻔한 자의 이야기

by 푸린

* 출처 : pixabay



조현병, 조울증 환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조현병일 수도, 조울증일 수도 있는 상태를 모두 겪어본 사람이다.


이 한 줄의 문장을 보고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 보라.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조현병의 경우에는 하얀 폐쇄병동에서 온몸이 묶여 소리 지르는 사람을 떠오르는가? 아니면 중범죄에서 많이 등장하는 정신과적 병명이라 다들 험악하고,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가진 사람을 그릴지도 모르겠다. 뉴스나 SNS에서 조현병이나 우울증으로 사람을 해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워낙 많이 다루다 보니 말이다. 하지만 조현병의 증상으로 인한 범죄는 전체 범죄율의 극히 일부이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그에 비하면 조울증은 양반인가? 정신없이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을 떠올리겠지? 둘다 정신과에서는 중증으로 분류하고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은 까다로운 병들이지만, 실제로 이 병들을 겪어보면서, 또는 겪어볼 뻔하면서 그런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모두 경험을 해봤다. 정말 원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조현병인가? 조울증인가?




Brief psychotic Disorder 유도된 정신병적 장애/

schizophreniform disorder 정신분열형 장애


2018년, 모든 것들을 접고 본가에 와서 검사 후에 받은 진단명이다. 이 상태에서 6개월 이상 지속이 되면 우리가 흔히 아는 조현병, 정신분열증이 된다. 짧게는 3년, 어쩌면 평생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나을 것이고, 이 말이 나를 규정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3개월 만에 증상이 거의 회복되었고 ‘조현병은 아니다’로 결론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정신과에 가지 않았다. 나는 정신을 차렸고, 정신력과 의지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F31.8 기타의 양극성 정동장애(2형)


그 후로도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그 일들이 트리거가 되어서 증상이 나타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정신과를 점점 더 빨리 찾게 되었다. 증상이 시작됐다는 것을 빠르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차 이야기를 진행하겠지만 텔레비전에 사람들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크고 까맣게 보인다거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얼굴, 실제로 사람들이 나를 고개를 꺾어가며 들여다보는 무서운 환각을 느끼기도 했다. 이게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보였다고 느꼈으니 환각이었던 것 같다.


이런 무시무시한 증상들을 넘어 조현병이 아닌 조울증이라는 것을 언제 알게 되었을까? 정신과 치료를 3년 가까이 받은 시점이었다. 그때쯤에는 조울증의 바다도 넘어 추적 검사 진행 중인 상태가 될 정도로 좋아졌다. 약도 병원도 안 가도 될 정도로 좋아졌다는 결과이다.


조울증은 양극성 정동장애라고도 하는데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은 조증일 때의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반면 2형은 조증일 때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며 울증일 때의 증상은 동일한 기분장애를 말한다. 나는 2형에 해당됐는데 어떤 증상이 나타났는지도 차차 살펴보자.






조현병인 나, 조울증인 나는 어떻게 달랐을까?



처음에 조현병이 아니라 조울증이었다는 것을 판명받았을 때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지 범죄자의 꼬리표를 떼어낸 느낌이랄까?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이 병들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나의 마음을 백분 공감할 것이다. 조현병과 조울증은 어감부터가 다르다. 둘은 증상이 과도할 때는 비슷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조현병과 조울증은 조증일 때와 상태가 비슷한데, 조현병은 사이클이 없다. 쉽게 얘기하면 울증일 때의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사이클을 봐야 하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서 담당 선생님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면서 왜 내가 조현병과 조울증 사이에서 헷갈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정신과 의사들도 발병 초기에는 조현병과 조울증을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매년 정신과 시험에 등장하는 주제라고 했다. 하지만 또 전문적으로 정신과 의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별해야만 하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료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런 이야기들을 조금 더 빨리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겪어온 병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앞으로는 어떤 계기로 이러한 변화를 얻게 되었는지, 마음먹은 것들을 행동에 옮기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용기를 내었는지 써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만나왔던, 또 새롭게 만난 사람들은 나의 세계를 넓혀주었는데, 잊지 못할 이 사람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다. 마지막은 이렇게 완전히 부서졌던 내가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과정에서 내가 쌓아온 작은 성공 경험들과 앞으로의 도전에 대해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에피소드가 쌓일수록 나란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바라고, 나의 이야기가 지금 힘듦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엄치는 당신에게 비밀스러운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