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가 아닌 마침표인 사람

<내 마음이 출처가 되는 시간>

by 푸린



요즘의 나는 조금 이상하다. 자꾸 틀린다. 분명 읽었다고 생각한 문장에서 빠뜨린 부분이 나오고, 확인했다고 믿었던 곳에서 엉뚱한 실수가 발견된다.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그냥 훑고 지나쳐버리는 느낌.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ADHD는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자꾸 놓치느냐는 내 질문에 스스로도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분명 예전보다 괜찮아지고 있는데, 왜 더 서툴러진 것 같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깨달았다.


무너질 때의 나는 완벽하려 애썼고, 회복 중인 지금의 나는 오히려 더 많이 틀리고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틀리면 안 된다고 믿었다. 조금이라도 놓치면 삶이 그대로 붕괴할 것 같아 늘 팽팽하게 긴장했다. 낮에 했던 실수를 밤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스스로를 들볶았다. 쉬는 시간조차 내 마음은 쉬지 못했다. 완벽주의는 성실함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마지막 생존 줄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에는 허둥댄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침대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상태에 완전히 잠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울다가, 멍하니 있다가, 그러다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흐름'이 생겼다.


힘든 순간이 오면 이제는 덮어두는 대신 그냥 말해버린다. "나 너무 힘들다, 지금 안 괜찮다." 누군가에게 하듯 허공에 툭 내뱉고 나면 이상하게도 감정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진다. 그런 날엔 와플이나 밀크티 같은 달콤한 것들을 찾는다. 그것들이 내 삶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를 다독여준다.


요즘 내가 자꾸 틀리고 실수하는 건, 어쩌면 이제야 마음의 짐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나를 옥죄지 않아도, 적당히 느슨해진 채로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내가 그저 편안함 뒤로 숨어버리는 '회피'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먼저 나를 안정시키려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반 없는 불편함은 성장이 아니라 붕괴에 가깝다는 걸 몸소 겪으며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익숙하지 않은 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일을 마치고 연습실에 가 밴드 오디션 영상을 찍고, 독서 모임 도서를 벼락치기로 읽으며 낯선 이들과 세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눈다. 여전히 부담스럽고 어색하지만, 이런 '기분 좋은 서툶'이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묻는다. "꼭 직접 해봐야만 알아? 머리로 이해하면 되잖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인 사람이다. 머릿속 뜬구름 같은 질문들에 갇혀 있기보다, 무던하게 부딪히고 깨지며 내 손으로 직접 마침표를 찍어야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 그런 나이기에 오늘 하루를 잘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들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로서 존재하고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방향을 잃는다. 누구보다 먼저 나를 비난하고 싶어지는 본성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버리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릴케의 말처럼, 마음속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을 사랑하며 그저 그 질문들과 함께 살아가 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오늘도 나만의 마침표를 찍으며 느리게 걷고 있다.


금요일 연재
이전 04화고양이가 아니라 천산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