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하다가 '에잇!' 하며 시작하게 된 브런치
8월 19일에 한국에 왔으니까 오늘로 정말 딱 한 달이 되었다.
날짜라는 개념이 머리에서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 이런 숫자의 우연도 몇 배로 반갑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것도 필연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욕망도 더불어 부풀어 오른다.
2009년 1월 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나의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정확히 한 달 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새 터전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이곳에 돌아와서 시차와 싸우고 내 몸을 한식으로 적응시키며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과 정리가 시작되었다.
이미 오스트리아 유학 중에 생각했던 것들 중에 한 개를 이제야 시작한다.
그런데 정말 그냥 '시작'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그 목표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하면 내 뒤에 유학을 하게 될 후배 음악가들에게 그리고 그 외 음악 애호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나보다 나은 시간과 환경에서 또 다른 경험과 세계가 펼쳐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시작'이란 게 정말 시작하고 나면 '시작'인지 애매한 적도 있고, 막상 폼을 잡고 시작을 하려니 계획의 완성도와 완벽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꾸 미뤄지게 되는데, 그러면 '시작'이 그만큼 더디고 나중에는 시작하기 힘들게 되는 것이 내 경험이다.
브런치의 안내를 천천히 읽으며 마음이 평온해졌는데, 한편으로는 정말 이게 '시작'일까? 나 시작한 거 맞니? 하면서 머리에 갑자기 떠오르는 3초 정도의 영상이 있었다. 뜬금없는 상상이겠지만 바로 씨름인이자 격투기 선수인 그의 리즈시절의 니킥이었다. 키와 골격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 압도적이었으나 내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그가 니킥을 할 때 자꾸 '타격할 타이밍'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상대 선수의 어깨나 머리를 잡고 무릎을 올려 타격하면 되는데 어깨나 머리를 잡고 항상 타격 직전까지 자신의 흥분과 타격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보는 나에게로 하여금 자꾸 감질나게 하는 '그 시간'이 있다. 그는 상대방의 머리나 어깨를 잡고 알록달록한 마우스 피스 밖으로 거친 숨을 내뱉으며 상체에 비해 늘씬한 다리를 뒤로 빼면서 타격할 지점과 시간을 잰다. 그 시간이 나에게는 꽤 길었고 정말 감질났다. 그냥 '잡고 타격, 잡고 타격'이 아니었다. 효율성(한방에, 정확히, 있는 힘껏 세게)그리고 자신에게 때가 왔다는 묘한 흥분감까지 버무려져 오히려 타격 기회를 놓칠 때도 있었고, 정타로 들어갔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어떤 것에 대한 '시작'을 할 때 효율성과 계획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하며 문득 떠올랐던 한 격투기 선수의 예전 모습. 무작정 할 수 없는 것이 '시작'이지만 무작정 할 때도 있는 것이 '시작'이라면 나는 이미 시작하면서 '시작'이 가진 두 가지의 모습을 이해하며 앞으로 하게 될 여러 방면의 시작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