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하는 아침운동
[Intro]
군 복무 때를 제외하고 얼마 만의 아침운동인지...
그냥 팍! 박차고 나와서 무작정 걸어 나와
한강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다들 참 부지런하네, 아침 일찍, 그리고 이 시기에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운동을 나오다니.
[A]
나는 걷다 뛰다를 반복하면서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한번 한강 건너편 여의도를 한번 번갈아본다.
오늘은 멀리 가지 않고 원효대교에서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지.
[B]
걸으며 이것저것 생각이 든다.
군생활 이후에 내 자의적으로 이렇게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뛰어본 적이 언제인지. 헬스장에서의 움직임만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비엔나 유학시기를 마치고 돌아온 지 1년이 넘었는데 지금의 나는 어디쯤 와있는지.
원효대교 보이면 집으로 돌아가 보자.
[A']
얼마 가지 않아 조금 전 나를 지나쳤던 한 여성분이 내 맞은편에서 다시 돌아오고 있다.
보통 길에서 걷듯이 걸으셨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양팔을 기역자로 각지게 해서 앞뒤로 더 힘차게 흔들며 다가오고 있다.
이분이 지나가고 나서,
마포대교쯤에서 나를 지나쳤던, 마스크를 쓰지 않아 기억에 남았던 그 세 사람,
두 남성(키 큰, 키 작은) 사이에 여성, 이렇게 친구처럼 보이는 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좀 전에는 비교적 키가 작은 분이 내 옆을 지나쳤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마르고 키가 큰 남성이 나를 치고 갈 듯이 내 앞을!(네가 비켜야지! 하며) 지나간다.
여전히 세 사람은 마스크를 내리고! 수다에 바쁘다.
집에 거의 다 와서,
닥스훈트와 산책을 하며 나를 지나쳤던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다.
원효대교로 가는 도중에 만났을 때는 걷기 버거워하는 눈치의 닥스훈트가
혀를 내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지그재그로 뛰면서 땅 냄새를 자주 맡았다. 주인의 걸음을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힘드니까...
A-B-A' 형식은 대략 이러하다.
집에서 강변까지 나오는 시간은 하나의 인트로다.
여기서는 오늘 러닝에 대한 간단한 내 몸 상태를 체크할 수도 있고,
러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말 그대로 그냥 하나의 도입을 위한 시간이다.
마치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인사나 안부를 묻거나,
아니면 본론과 전혀 다른 말을 꺼내 만남을 시작하기도 한다.
사실 이 형식에서는 인트로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취향이다.
가는 길에서의 사람들과
돌아오는 길에서 다시 만난 그 사람들은 차례대로 만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람들은 같지만 [A]
뛰는 위치나 살짝 달라진 그들의 기분이나 상태 [A']인데,
소나타 형식이라면 저 사람(주제)들이 가진 조성의 변화도 다루겠지만
단순한 A-B-A'의 형태는 이러한 구조를 가진다.
[A]가 진행 동안 쓰였던 소재를 사용해서 자유롭게 확장과 발전,
그리고 조성도 몇 번 바뀌다가 다시 A'로 돌아오는 [B]까지!!
A와 A'의 차이를,
아침의 나의 모습과 저녁의 나의 모습으로 비유하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내가 하는 표현은 아니기에 아이디어만 살짝 빌려본다.
Coda는 사실 꼬리를 의미하는데,
글의 마무리 말, 식사를 하고 나서 입을 깔끔하게 해주는 디저트? 같은 역할이다.
코다도 인트로처럼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운동 후 정리해 본 A-B-A' 형식!!
[베토벤 소나타 "비창"]
0.00 - 1-47 [Intro]
1.48 - 4.59 [A]
5.00 - 6.20 [B]
6.21 - 7.41 [A']
7.42 - 8.32 [Coda]
https://www.youtube.com/watch?v=kqvBJc9Io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