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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와 머리카락,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울까?

아무튼, 머리카락

by 김진오

어느 날, 40대 후반의 남성이 내 진료실 문을 열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단정한 안경을 쓴 그는 앉자마자 거울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이마 위로 손을 올리며 말했다.

"선생님, 저 이제 모자를 벗어도 될까요?"

나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반년 전, 그는 20대 후반부터 진행된 탈모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팀장 자리를 맡았는데, 부하 직원들 앞에서 자신감이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모발이식을 고민했다. 탈모가 진행된 정수리 부분이 특히 신경 쓰인다며 머리를 감을 때마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세어본다고 했다.

그때 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모발이식을 통해 자연스러운 헤어라인을 되찾는 것. 두 번째는 아예 짧게 밀어버리고 대머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는 깊은 고민 끝에 모발이식을 결정했다.

“그래도 저는 아직 머리카락이 있는 게 어울릴 것 같아요.”

그렇게 수술이 진행되었고, 반년이 지난 지금, 그는 만족한 얼굴로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울 속 모습이 낯설지는 않나요?"

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처음엔 좀 어색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후배 직원이 그러더라고요. ‘팀장님, 인상이 좋아지셨습니다. 예전보다 더 젊어 보이세요.’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붙었어요. 모자를 벗고 출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모자를 벗든 쓰든, 중요한 건 본인이 편안함을 느끼는 거죠."


대머리와 머리카락 (3).png

반면, 또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이 있다. 30대 후반의 한 남성 환자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매일 아침 샤워할 때 욕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한 움큼씩 주워 들며 한숨을 쉰다고 했다.

"선생님, 저는 이식을 해야 할까요?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봅니다."

나는 그의 머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앞머리는 이미 후퇴했고, 정수리는 희끗희끗하게 비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젊어 보였고, 외모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있든 없든, 중요한 건 본인이 어떤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입니다.”

그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냥 짧게 밀어버리는 건 어떨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단,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이죠."

며칠 후, 그는 짧게 머리를 밀고 내 진료실을 다시 찾았다.

"어떤가요?" 그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잘 어울립니다."

그는 거울을 보며 말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자꾸 보다 보니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관리도 편하고, 사람들이 뭔가 더 당당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그는 ‘대머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후로도 그는 몇 번 진료실을 찾았지만, 머리카락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요즘 새로 시작한 운동과 패션 스타일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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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있든 없든, 그것이 자연스럽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시선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가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풍성한 머리카락이 자신감을 주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짧고 깔끔한 스타일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

대머리가 자연스럽냐, 머리카락이 자연스럽냐의 문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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