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린이날 선물 받고 싶다

by 김진오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선물을 드렸다. 어머니가 전부터 갖고 싶어 하셨던 프라이팬과 압력밥솥을 정성스레 골랐다. 마음 한편이 뿌듯했다. '이 정도면 나도 제법 괜찮은 아들 아닌가?' 생각하다가 불현듯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선물드리고, 왜 난 아무것도 못 받지?'


갑자기 억울했다. 어렸을 때 나도 어린이날에 장난감 로봇 받고, 게임팩도 받고 했었는데. 분명히 나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중년의 나에게는 아무도 초콜릿 하나 주지 않는다. 애초에 아무도 내게 "어린이날인데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하고 묻지 않는다. 당연한 거겠지만.

그래서 생각했다. 왜 '자녀의 날'은 없을까. 어린이가 아닌 '자녀'들이 무언가를 받는 날은 왜 없는 걸까. 나처럼 다 커서도 여전히 자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아무 보상도 없는 게 억울하지 않나?

가끔은 다 큰 자식도 칭찬받고, 포상받고, 품에 안겨야 하지 않나? 40대 자식도 말이다. 나는 올해로 48살, 어엿한 중년이지만 여전히 부모님 앞에선 자식이다.


나도 어린이날 선물받고 싶다 (1).png


그런 생각을 친구한테 말했더니, "너도 네 딸한테 어버이날에 선물 받을 거 아냐" 하더라. 그래, 맞다. 나도 이제 아버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억울하다. 나도 부모님한테 뭔가 받고 싶다. 과거 내 어린이날에 받았던 장난감, 게임기, 피자, 약속되지 않은 외출 같은 것들을 회복할 기회를 누가 한 번쯤 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자녀의 날'을 만들어서 부모님들이 성인 자녀에게 선물을 주는 날 같은 거 말이다.

그날은 꼭 병원을 쉬고 싶다. 아무도 나를 찾지 말고, 예약도 없이, 내 이름도 부르지 말고, 나를 그냥 '김진오 어린이'로 불러줬으면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오늘은 네 날이야.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해. 햄버거 두 개 먹어도 돼. 맥주도 마셔. 만화책도 보고 게임도 밤새 해. 괜찮아."

가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누군가는 이걸 미성숙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건강한 욕망인 것 같다. 어른으로서의 삶에 얼마나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는지를 돌아보면, 계속 압박을 끌어안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성숙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올해는 어버이날 선물과 함께 슬쩍 내 바람도 전했다.

"엄마, 내년에는 어린이날에 나도 작은 선물 하나 받고 싶어. 사탕이라도 괜찮아. 그냥 나도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기억되는 날이면 좋겠어."

엄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서 주셨다.

"뭘 내년에 하니. 지금 줄게. 선물.'

올해부터 나는 돌아온 '어린이날 선물'을 받았다.

내년 어린이날이 기대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몸이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