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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Mar 21. 2022

인류가 이불에 습관화된 까닭과 잠을 부르는 실내온도

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인류가 이불에 습관화된 까닭과 잠을 부르는 실내온도


아주 재밌는 연구결과


잠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던 중 『사이언스 타임즈』에서 재밌는 기사 하나를 봤다. '인류가 이불 덮기에 습관화된 까닭'이란 상식의 허를 찌르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제는 더하다. 왜 인류는 숙면을 위해서 여름에도 이불을 덮게 됐을까?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22년 미국 에모리 대학의 캐롤 워스먼과 멜리사 멜비는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수면 습관을 연구, "다양한 문화 속 인간의 수면 행태에 관한 비교 조사"란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에 따르면, 열대지역에 산재 분포돼 있는 수렵 채집 사회의 수면 형태는 현대 사회와 많이 다르다는 거다. 그들은 일정하게 정해진 취침 시간이 없으며, 수면과 기상의 경계가 굉장히 유동적이라는 사실이 관찰됐다. 이는 그동안의 잠 공부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런 다양성에 집중해 연구를 계속하던 사람들은 매우 특이하면서 공통 관심사를 붙잡는 아주 재밌는 특징 하나를 발견한다. 언급한 유목 수렵인을 제외한 모든 열대지역 사람들은 식물 등으로 엮은 천을 이불로 만들어 덮고 잠을 잔다는 것이다. 사실 유목 수렵인도 이불을 덮는 행위만 하지 않았을 뿐 바닥에 깔개는 반드시 깔고 잠을 잤다. 그러니까 땅바닥에서 아무것도 없이 그냥 누워 잠을 자는 종족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열대지역 원주민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린 어떤가. 몹시 더운 여름에도 가볍고 얇은 이불을 덮고 잠을 잔다. 습관이다. 그럼 대체 왜 인류는 이처럼 이불에 습관화된 것일까?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도 이불을 덮고 자는 데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설마 이런 것도 실험을?


설마 이런 것도 실험을 할까? 역시 세상은 요지경.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네덜란드의 수면 과학자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다양한 온도를 내는 옷을 입히고 잠을 자게 한 뒤 수면 뇌파 분석을 했다. 결과 뇌가 가장 깊이 잠드는 순간은 몸의 중심 체온이 깨어 있을 때보다 1도 낮은 상황이란 걸 찾아냈다. 이유는 체온이 낮아지는 순간 수면을 유도한다는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기 때문이다.


뇌가 가장 깊이 잠드는 순간 즉 몸의 중심 체온을 1도 낮게 만들려면 우리 몸의 표면 체온, 그러니까 피부온도를 중심 체온보다 0.4도를 높여야 한다. 피부 온도를 중심 체온보다 약간 더 높여야 피부의 혈관이 이완되고, 이어 몸의 중심에 모인 열이 피부의 이완된 혈관을 이용해 계속 밖으로 열을 발산할 수 있다.


기가 막힌 설명이다. 그러니까 피부 온도를 약간 높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이불이란 거다. 그래서 우린 더운 여름에도 숙면을 취하기 위해 그렇게 기를 쓰고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무의식 중에도 잘 자고 싶으니까. 이런 원리를 깨달으면, 아무리 더워도 잠들기 전 하는 찬물 샤워는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더워도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적정시간 하는 게 깊은 잠을 자는 데는 훨씬 좋다.


렘수면 상태에서 사람은 체온 조절 기능을 잃는다.


잠들 때뿐 아니라 숙면을 유지하기 위해 이불은 아침이 올 때까지 덮는 것이 좋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아틀라스옵스큐라"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사람이 잠을 깨기 전 약 4시간 동안은 소위 꿈을 꾸는 렘(REM) 수면 상태가 되는데, 이때 사람은 자신의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잃게 된다."


실제로 사람은 렘수면 상태에서 평소보다 약 1~2도 정도 체온이 떨어진다. 때문에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선 사람도 체온 조절하는 변온동물처럼 스스로 안 되니 외부의 도움을 받아 몸을 덥혀야 한다. 이건 무더운 여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체온을 유지해 주는 가장 손쉬운 도구는 이불이다.


새벽에 이불을 챙겨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렘수면 상태에선 세르토닌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불은 세르토닌 분비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로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세르토닌 분비가 촉진된다는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어떤 이는 현대인의 이불 집착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때문이란 거다. 신생아는 성인보다도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보호자는 늘 아기 주변에서 이불을 덮어서 잠재운다. 이 때문에 이불을 덮는다는 것이 잠과 직결된다. 이와 같은 과정 때문에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현대인들은 이불을 덮으면 곧 잠이 든다는 것이다. 조금 억지스럽다.


요는 너무 푹신하지 않게, 이불은 취향에 맞게


현대인은 평균 수면 시간은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이다. 아까운 인생 3분의 1을 자면서 보낸다. 사정이 이런데도 침구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불은 수면 중 체온 저하를 막고, 배출되는 땀을 흡수, 건조하며, 몸에 닿는 촉감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좋은 수면을 촉진시킨다.


어떤 이불이 좋은지 일괄적으로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너무 푹신한 깔개는 몸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불편하고, 자는 동안 척추가 잘 지탱되지 못해 심하면 요통의 원인이 된다. 너무 푹신하지 않은 것이 좋다. 딱딱한 바닥에 누우면 목·허리에 공간이 생기면 주변 근육에 부담이 생기고, 너무 푹신한 깔개에 누우면 척추가 둥글게 말리면서 요통이 생겨 숙면이 어렵다. 누웠을 때 엉덩이·머리·어깨 부분이 푹 들어가지 않고 허리가 수평으로 유지되는 적당한 탄력이 있는 깔개를 고른다.


이불은 보온, 수분 흡수, 발산, 통기 등의 기능성이 생명이다. 천연 소재로 충전된 이불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여름에는 면리플, 린넨(아마), 레이온(인견), 대나무 섬유(리플) 등의 소재가 적합하다.


베개도 숙면을 위해 중요하다. 고를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높이다. 남성은 후두부에 닿는 높이가 5센티미터에서 6센티미터, 목이 닿는 부분의 높이가 7센티미터에서 8센티미터, 여성은 후두부에 닿는 높이가 3센티미터에서 4센티미터, 목이 닿는 부분의 높이가 5센티미터에서 6센티미터일 때 이상적이라고 한다.


크기도 염두에 두자. 사람이 잠자는 동안 적어도 20회 이상, 정말 많게는 50~60회 정도 몸을 뒤척인다고 한다. 이때 머리가 베개에서 벗어나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크기가 답니다. 본인이 자주 뒤척이는 편이라면 60센티미터 정도 되는 큰 것이 좋고, 고령자라면 폭이 어깨너비 정도 되는 베개가 좋다. 깊이 조건도 있다. 베개 깊이는 40센티미터가 적당하다.


베개는 자는 동안 머리나 목, 어깨 각도와 높이를 조절해 목뼈의 자연스러운 굴곡을 유지해 준다. 따라서 베개가 불편하면 목이 아래위로 꺾여 호흡이 불편해지거나 근육통을 앓아 수면이 방해될 수 있다. 누웠을 때 목뼈의 C자형 곡선이 유지되도록 한다. 이외에 베개 사용 시 소리, 딱딱함 느낌 등의 위화감이 없는 익숙한 감촉의 소재 등도 고려해야 한다.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맞춘다


숙면하기에 적당한 침실 온도도 있다. 여름엔 보통 25도 전후이고, 겨울엔 보통 18도 전후이다. 이불속 온도는 사계절 상관없이 33도 전후가 최적이다. 윌스트리트저널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 "주변 온도와 수면 간 관계 대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 주기 조절에는 빛보다 오히려 온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잠들기 위해선 피부 체온이 아닌 심부 체온 즉 뇌와 내장의 몸속 체온은 2-3℉(0.95-1.43℃) 정도 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대략 1℃ 정도라고 앞에서 언급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매튜 워커 교수는 "심부 체온이 너무 높으면 우리 뇌가 깬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 쉽게 전환되지 못하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고도 했다.


이 밖에 침실의 환기와 습도도 중요하다. 방안의 환기를 잘 못하면 이산화탄소의 함량이 높아져 좋지 않으며, 잠을 잘 때 밤새 호흡하므로 산소 소모량 또한 높아진다. 필요한 산소는 적은데, 불필요한 이산화탄소 함량은 높으니 당연히 좋은 잠자긴 어려울 것이다.


습도도 있다. 적정 습도는 약 75퍼센트 정도로 알려져 있고, 침실 온도가 30도, 습도가 80퍼센트를 넘어서면 수면의 질은 아주 나빠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침실 온도는 20~25℃, 이불속 온도는 30~34℃가 적당하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몸을 움츠리게 되어 편안히 이완되지 못하고, 더우면 제대로 잠들기가 어렵다. 침실 온도와 이불속 온도를 조절만으로도 수면 리듬을 회복하고, 똑같은 시간을 자도 잠이 복스러워진다.


여름에 사용하는 선풍기, 에어컨, 제습기도 올바른 사용법이 있다. 냉방 기기의 바람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시간 예약 기능을 이용해 잠들고 난 뒤 한 시간에서 세 시간 뒤에는 전원이 꺼지도록 해야 한다. 잠자는 동안 계속 켜 두면 오히려 체온이 더 낮아져 얕은 잠에 머문다. 많이 잔 것 같은데 심한 피로를 느낀다면 이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이는 겨울도 마찬가지다. 보통 방은 따뜻해야 잠이 잘 온다는 생각에 난방을 유지시켜 놓은 채 잠들기 십상인데, 너무 더우면 오히려 좋지 않다. 요령은 잠들기 전 미리 방을 따뜻하게 해 두고, 잠들고 나서 냉방 기기처럼 한 시간에서 세 시간 뒤 난방이 꺼지도록 하는 게 좋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이불속에선 몸이 스스로 발열 작용을 한다는 점도 고려하자.


가끔 스스로 발열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저혈압이거나 손발 냉증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분들은 전기담요나 전기난로 등으로 이를 보완해 주면 좋다. 가장 좋은 건 가능한 자기 체온으로 이불속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으니 우린 냉난방 기기의 도움을 받고, 필요한 효과를 얻으려 한다. 그게 나쁠 건 없다.


마지막으로 춥다고 수면 양말을 챙기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수족 냉증이 있었던 필자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는 좋지 않다고 한다. 사람은 자는 도중 발에 땀이 차는데, 이때 땀으로 축축해진 양말은 오히려 보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젖은 양말이 마르면서 체온을 빼앗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냉증인데 체온을 빼앗겨 발끝에 찬 기운을 느끼게 된다고 상상해 보라. 이럴 땐 수면 양말보다 무릎덮개 등으로 발을 감싼 뒤 잠자리에 드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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