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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Jan 17. 2022

미라클 모닝!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1905년


미라클 모닝!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가 너무 잘 아는 헬렌 켈러는 1880년 6월에 부유한 가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생후 19개월 때 앓은 뇌척수막염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이 됩니다. 시작, 청각, 거기에 언어장애까지 3가지의 아픔을 동시에 갖게 됩니다. 정상적인 교육이 될 리 없었을 터, 대여섯 살까지도 그저 물건을 던지거나 사람을 할퀴고 때리는 정도가 의사 표현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픔을 가진 부모에게 볼티모어의 유명한 안과 의사가 장님을 눈뜨게 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시신경이 남김없이 죽은 후라 치료는 불가능했고, 대신 교육은 가능하단 말과 함께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박사를 소개받습니다. 추천받은 "퍼킨스 맹인 학교"에서 추천받은 가정교사가 바로 그 유명한 앤 설리번이었습니다.


장애를 안은 데다가 응석받이로 자란 헬렌 켈러에게 앤 설리번은 극도의 인내심, 진심 어린 사랑, 정성으로 글을 가르치려 합니다.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 방식으로 세상과 단절된 헬렌 켈러에게 언어를 가르치려고 하죠. 'water'라는 단어 의미를 알려 주려고 한 다음 에피소드가 아주 유명합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우물가로 갔다. 거기서 나는 한 손으로 펌프질을 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헬렌의 손을 잡아 펌프 입구에 손을 갖다 대도록 했다. 그리고 난 다음 헬렌의 손바닥에 w-a-t-e-r라는 글자를 써주었다. 헬렌은 손바닥 위 물의 차가운 느낌과 써준 water라는 단어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는지 불현듯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헬렌은 땅에 뿌리라도 박힌 듯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내 손바닥 위에 water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서 썼다.


그러더니 갑자기 웅크리고 앉아 땅을 만지작거리며 그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다음에는 펌프와 울타리의 이름을 물었고, 마지막으로 나를 만지더니 나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아이에게 '앤 설리번'이라는 내 이름을 써주며, 나도 모르게 울컥 솟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전에도 설리번 선생은 여러 번 컵에 담긴 물을 헬렌에게 설명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헬렌은 관심을 갖지 않았죠. 심지어 짜증까지 냈습니다. 컵과 물을 별개로 구분하기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물가에서 물의 차가운 촉감을 체험했을 때 비로소 헬렌은 water라는 '사물'과 water라는 '글자' 간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불현 깨달은 듯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포기하지 않은 기다림의 끝, 헬렌 켈러에게는 실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water라는 사물과 글자 간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연이어 봇물 터지듯 땅이며, 펌프, 울타리 그리고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앤 설리번을 나타내는 '글자'가 궁금해졌던 겁니다.


깨달음(awakening)이란 그렇게 찾아옵니다. 마치 전혀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불가능으로 느껴졌다가 문득 그렇게 찾아듭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은 다른 장애우를 우물가로 데려가 펌프에 손을 갖다 대게 하고는 w-a-t-e-r만 반복해서 손에다 써주기만 할 겁니다. 그러곤 그 방법이 틀렸다고 말하겠죠. 깨달음이 있기 전까지 인내심을 전제로 한 숱한 시도와 기다림이 있었단 사실은 간과한 채 말입니다.

필자도 미라클 모닝이 무엇인지 깨닫기 전까지 헬렌 켈러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앤 설리번 선생님 같은 멘토만 있었어도 조금 더 빠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행히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헬렌 켈러에게 새 세상을 열어 준 것은 앤 설리번 선생님이 손바닥에 써주는 어떤 것과 촉감으로 느끼는 사물이 서로 연결됐다는 깨달음입니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행위를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어떤 무엇과 연결시키지 못하면 그건 그냥 한낱 귀찮고 짜증 나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합니다.


미라클 모닝에 있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그 행위만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새 삶을 위한 자기 계발과 연결시켜야 합니다. 기적은 바로 그곳에서 일어나죠. 오늘 애써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요즘 미라클 모닝 열풍에 휩쓸려 잘못된 길을 길을 가는 이들이 많아서예요. 앤 설리번 같은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진정한 선생님은 없고 장사꾼만 가득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던 원효 대사는 산에서 날이 저물어 동굴로 들어가 잠이 듭니다. 다 아시다시피 밤중에 목이 말라 참 달게 마셨던 물이 아침에 일어나 밝은 곳에서 보니 해골에 담긴 물이었던 거죠. 잠결에 마셨던 물은 그리 달게 느껴졌는데 아침에 일어나 그 물이 해골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는 토할 듯 역겨워졌던 겁니다.

그때 무릎을 탁, 원효 대사는 결국 세상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학을 포기한 채 다시 돌아옵니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다 마음이 지어내는 일이란 말이죠. 정말 중요한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가짐입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그러니까 새벽 기상이라는 일어남에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그건 여러분이 하는 새 삶을 위한 자기 계발에 필요한 조건일 뿐입니다. 밤보다 정신 맑은 아침이 자기 계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 선택한 필요조건인 거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깨달음을 얻어 여러분도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개척하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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