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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 Mar 08. 2024

장례식은 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1편

장례식장 비용과 상조회사 비용

'여기는 좀 좁지 않아?'

'여긴 상주들 쉴 공간 좀 넓다. 술 취한 친척들 여기서 자면 되겠다.'

'식사가 맛은 있겠지? 아무리 장례식장이라도 너무 맛없는 밥은 좀 그런데.'


30분 전에 엄마가 죽은 딸과 그녀의 남편이 나누기에는 이상하리만큼 평범하고 효율적인 대화지만 조금 있으면 엄마의 마지막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결정할 것이 산더미같이 많다. 그중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3일 동안 손님을 맞이할 공간, 장례식장이다. 엄마는 대학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해서 병원에 붙어있는 장례식장으로 바로 찾아갔다.


장례식은 빈소 크기부터 식사 주문까지 완전히 눈치게임이다. 손님들이 앉을 곳도 없어 식사를 못하게 되거나 이미 앉아있는 사람들이 허겁지겁 밥을 먹고 일어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큰 빈소를 정하면 텅 비어 보이거나 돈을 낭비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됐다. 장례식장 크기가 한 단계 커질 때마다 하루에 몇 십만 원씩은 차이가 났다.

둘이 쪼그리고 앉아서 엄마아빠의 형제와 친척, 지인을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만큼 생각해 냈다. 그리고 삼 남매와 두 사위들의 손님들을 각자 세어보라 해서 모두 더한 뒤 거기에서 좀 더 여유롭게 잡아 계산해 보았다.

그런데도 그 모든 사람들이 조를 짜서 시간 맞춰 올 것도 아니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웠다.


엄마는 항상 '모자르니 남기고 말지.' 하는 태도로 베푸는 사람이었다. 엄마를 떠올리자 결정이 쉬워졌다.

'그래, 사람들 밥 못 먹고 나가느니 널널하게 앉아서 있다 가게 하자. 넓으면 밤에 사람들 여기저기 누워 자기도 좋지 뭐.' 하고 제일 큰 특실로 정했다.

막상 장례식을 치러보니 예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첫날과 둘째 날 저녁에는 그 넓은 곳이 꽉 들어찼다.


이 대학병원의 가장 큰 특실 사용료는 하루에 180만 원 정도였다. 다른 대학병원 장례식장의 특실은 하루 5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장례는 3일이지만 마지막날은 아침 일찍 발인을 하니 2일로 계산이 된다. 그래서 빈소 사용료는 360만 원이 들었다.




이미 사용 중인 빈소를 예약한 거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다. 1인실에서 좀 더 있다가 장례식장 영안실로 안치해 주신다고 해서 이미 숨이 멎은 엄마와 함께 아침까지 같이 있었다. 병실에 의자가 몇 개 없어서 나는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 구석에 앉아있다가 허리가 아프면 엄마 옆을 비집고 눕기도 했다. 죽은 엄마가 무섭지도 이상하지도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영안실에 엄마를 안치하고 예약해 둔 빈소로 향했다. 일단 상조회사를 불러야 했다. 엄마미리 보험을 가입해 둔 상조회사가 있었지만 언니와 형부 회사 연계 상조회사가 있어서 두 곳을 비교해 보니 회사 연계 업체가 조건이 나아서 그곳으로 결정했다. 기업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금액 메리트도 있었다.

요즘은 상조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금액이 부담스럽겠지만 당일에 상조회사에 요청해서 일시불로 납부하면 된다. 상조회사에서 나오지 않아도 장례식장 자체에서 신청할 수 있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격이나 품질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장례식장 내 장례관리사(도우미) 분들이 장례식장 소속이라 특실이나 조문객이 많아 음식 많이 시키는 빈소를 더 잘해준다는 '카더라'도 들은 적 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상조회사에서 하는 일은 일단 장례지도사 한 명이 상주하며 전반적으로 모든 일을 도와준다. 장례식 중 제사를 지내게 되면 제사 진행도 해주고 입관, 발인도 전부 그분의 주도 하에 이뤄진다. 3일 동안 궁금한 게 생기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중요한 분이셨다. 또 장례관리사(도우미) 두 명이 하루 10시간씩 조문객 음식 서빙, 테이블 청소 등을 수시로 해주신다. 버스 한 대, 유골함, 헌화꽃, 상복이 제공된다.  


이렇게 230만 원짜리 품인데 기업 할인을 50만 원 받았다. 여기에 엄마가 타고 이동할 리무진 한 대를 50만 원 주고 추가했다. 리무진을 추가하지 않으면 관을 버스에 싣게 된다. 수의는 소재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대마 수의가 제일 비싸며 백만 원이 넘었다. 우리는 비싼 수의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어서 가장 저렴한 수의를 선택했다. 관도 제일 싸고 불에 잘 탄다는 제품으로 선택했다.


언니와 형부 회사에서 장례용품 지원 몇 박스나 왔다. 음료수, 종이컵, 일회용기, 수저, 상에 깔아놓는 비닐부터 세면도구, 담요, 슬리퍼까지 챙겨 주셔서 정말 편했다.

회사에서 지원이 나오지 않아도 장례식장에 다 세팅이 되어 있다. 돈만 내면 된다. 회사 지원의 장점을 말하자면 첫째는 장례용품 비용 절약이고 둘째는 이 기회에 여기 상주들이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뽐낼 수 있다는 정도랄까? 장례식장 안 온갖 물품에 회사 이름이 큼직하게 박혀있다. 거의 그 회사 PPL 수준이다.  


"이 집 첫째 딸이 여기 다녀?"

"사위도 다니잖아. 둘이 회사에서 만난 거 아냐."

그 말에 관 속에 누워 있는 엄마조차 어깨를 들썩이고 콧대가 높아지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장례용품 지원의 최대 장점이다.




상조회사 장례지도사분께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나면 장례식장 각 담당 부서에서 한 분씩 내려와 선택할 것들을 알려주신다. 먼저 제사상을 선택해야 했다. 장례식 내내 제단에 깔릴 제사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본상은 20만 원이고 고급상은 30만 원이다. 고급상이면 과일 수가 많아지고 종류가 좀 더 다양해진다.


성복제, 발인제 등 제사를 올리려면 그때마다 제사상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 우리는 매일 상식(上食)을 한 번씩 올리는 것으로 성복제, 발인제를 대신했다. 상식을 차릴 때마다 5만 원씩 추가 비용을 냈다.

요즘은 장례식도 많이 간소화되고 집집마다 종교나 문화 차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굳이 모든 제사를 진행할 필요 없다. 좋아하지 않는 친척어른 한 명이 왜 성복제를 안 하냐고 빈정거리길래 무시하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평생 우리 엄마만큼 정성과 열정으로 시댁 제사 지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친가 식구들 중 단 한 명도 엄마를 안 도와줘서 엄마랑 둘이 평생 제사를 지내왔는데 이제 와서 내 엄마 장례식 제사에 이러쿵저러쿵 말을 얹는 게 같잖았다. 그렇지만 소란스럽게 싸우기도 싫었다. (오늘은 금액 정보 전달이 목적이었는데 갑자기 눌려버린 나의 발작버튼) 어쨌든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이상한 사람 아니면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다음은 제단을 꾸밀 꽃 장식을 선택해야 한다. 단계별로 가격이 다른데 당연히 제일 비싼 게 제일 고급스럽고 예쁘다. 생화를 많이 쓰는 결혼식이 비싼 것과 같다. 팸플릿을 보고 장식을 르는 데 비싼 장식을 보고 나면 저렴한 장식은 허전하고 허접해 보인다. 사람 마음이 다 똑같다. 조문객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 테지만 우리 마음이 안 그랬다. 엄마 사진 옆을 화려하게 꾸며주고 싶었다. 제일 비싼 장식에서 한 단계 낮은 상품을 선택했더니 110만 원이었다. 생전 꽃에 돈 쓰는 거 제일 미친 짓이라던 엄마가 관을 박차고 나올만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나면 사진실에서 내려오셔서 영정사진을 달라고 하신다. 영정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우리는 내 첫째 딸 돌잔치 때 찍은 사진을 잘라서 썼다.

영정사진을 포토샵으로 배경을 제거하고 자연스럽게 표정 보정을 해주신 뒤 액자로 만들어서 가져다주신다. 사진은 18만 원 액자는 1만 원이다.

그 사진파일을 메일로 받아 부고문을 만들 때 사진도 넣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꼭 부모님의 영정사진을 찍어두면 좋겠다. 건강할 때 영정사진을 찍는 것은 어색한 일이니 이김에 가족사진을 찍는 것을 추천드린다. 몇 십 년 동안 영정사진 쓸 일 없이 가족이 건강해서 그 사진을 안 쓰게 되면 또 어떤가? 나중에 새로 찍으면 된다. 그럼 더 좋은 일이다. 엄마가 병원에 있을 때 우리도 서둘러 가족사진을 찍으려 예약을 했는데 엄마가 병원에서 다시는 나오지 못해 찍지 못했다. 정말 후회가 된다.


지인들에게 부고문을 모두 돌리고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실없는 농담을 하며 낄낄거리는 게 특기인 우리답게 너는 역시 블랙이 잘 받는다는 둥 바지통이 너무 커서 상주가 힙합 하는 사람인 줄 알면 어떡하냐는 둥 헛소리를 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오전 9시, 이제 본격적으로 조문객을 맞이할 시간이다.



<장례비용은 지역이나 진행하는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죽음'과 '돈'이라는 두 이질적인 단어 조합의 불편함 때문인지 장례비용은 어쩐지 쉬쉬하는 경향이 있어 아무리 검색해도 금액에 관한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더군요. 혹여 궁금하거나 필요하신 분이 계실까 제 경험에 한정하여 알려드리는 것이니 참고하는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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