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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 Mar 15. 2024

알아두면 쓸데 있을 수도 있는 장례식 팁

1. 사망진단서 발급


마지막까지 진료받은 병원비를 모두 정산하고 나면 원무과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준다. 앞으로 죽은 사람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처리에는 이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다.

화장터, 수목장, 보험금 수령, 하다못해 고인의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해지하는데도 사망진단서필요하다.

등본처럼 아무데서나 뗄 수 있는 게 아니라 환자가 사망한 병원에서만 발급 가능하다. 그러니 처음 발급받을 때 사망진단서를 최소 10장은 발급해 달라고 하는 게 좋다.

두 번 발걸음 하는 것 귀찮은 일이기도 하지만 그간 엄마와 수없이 오갔고 우리 엄마만 죽었을 뿐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평온하기만 한 이 병원에서 번호표를 뽑아 들고 엄마의 사망을 증명해 줄 종이쪼가리를 받는 일은 나에게 잔인한 일이기도 하니까.



2. 조의금 보안 철저히 하기


부의함 <사진출처 : 사진 속 주소>

장례식 기간에는 조의금 봉투를 넣는 부의함을 잘 지켜야 한다. 상제(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은 계속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거나 제사, 입관식을 해야 하고 종종 손님들과 앉아 이야기를 하느라 부의함을 신경 쓰기 어렵다. 이런 비통한 날에 도난 사고라도 나면 얼마나 심정이 처참하겠는가.


믿을만한 친척에게 조의금 받는 곳에 자리를 비우지 말고 앉아있어 주길 부탁하자.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음식 영수증, 편의점 영수증 등을 수시로 가져다주는데 부의함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준다. 그 영수증도 잘 모아 달라고 부탁드려야 한다.


부의함은 자물쇠로 잘 잠가놓자. (기본적으로 새 자물쇠가 책상 서랍 안에 들어있다.)

한 번씩 열어서 넘쳐있으면 봉투를 차곡차곡 정리해 무줄로 묶어 자리를 마련하거나 방에 있는 금고에 보관해 두면 된다. 의함을 열어보면 안에 통이 있는데 통 밖으로 봉투가 몇 개씩 가있기도 하다. 의함을 비울 때는 통 주변까지 잘 인하자.


그리고 은행에 들를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몇 천만 원이나 되는 조의금을 들고 버스를 타고 화장터에 갔다가 장지에 갔다가 식당도 가야 한다.(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우리는 백팩을 하나 챙겨 와서 그 안에 조의금을 넣고 번갈아가면서 하루종일 메고 다녔다. 상복을 입고 백팩을 멘 채로 울면서 발인을 하고 울면엄마를 나무 밑에 묻고 울면서 불편하게 식사를 했다. 모습은 좀 우스꽝스러웠겠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3. 근조화환 사진 찍어두기


엄마 장례식을 빛내줬던 근조화환들


결혼식에서 화환을 찍어두곤 하는데 장례식도 다를 게 없다. 조의금이든 근조화환이든 감사하게 받았지만 언젠가는 다 돌려주어야 할 품앗이다.  일일이 적기 불편하니 사진을 찍어두자.


근조화환이 줄지어 서있으니 장례식장이 그럴싸했다. 사업을 하는 아빠와 내 남편의 지인들이 보낸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엄마가 잘 살아왔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꽃 없이도 이미 밝고 행복한 결혼식에서 화환크게 빛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어둡고 슬픈 장례식장에선 하얗고 아름다운 꽃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평화로운 느낌을 더해 주었다.

이 감사함을 잊지 않고 되갚기 위해서 메모로 남기든 사진을 찍든 하여서 근조화환 보내주신 분들을 기록해둬야 한다.


4. 성의 표시하기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큰 행사가 있을 때 나를 도와준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성의표시를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모호하고 어렵다. 그래도 결혼식은 통상적인 금액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장례식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사실 장례식에서 어떤 식으로든 고인의 가족을 돕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바라고 돕는 것이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례식 내내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3일 내내 침착하고 든든하게 장례식을 이끌어 주신 장례지도사분께 10만 원을 드렸다. 버스 운전 해주신 분께 5만 원을 드렸다.


삼일 내내 장례식장에 머물며 마지막날에 엄마 관을 운구해 준 동생의 친구들 여섯 명에게 백만 원을 주었다. 이건 좀 보편적인 액수는 아닌 것 같다.

동생이 나와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동생 친구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난 이미 성인이었다. 그러니 그 장성한 젊은이들이 내 눈엔 여전히 아기 같다. 그 아기들이 장례식장 한편에서 쭈그려 잠을 자며 내내 동생 곁을 지키고 친구 엄마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관을 들었다. 그날만큼은 좋은 음식에 술을 진탕 먹게 해주고 싶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부의함을 하루씩 지켜준 친척오빠와 친척동생에게 20만 원씩 상품권을 기프티콘으로 보냈다.


누군가에게 이건 과하고 누군가에겐 약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본인이 적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마음을 전달하면 된다. 만약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돈은 아니더라도 감사의 인사만은 진정성을 담아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 내로는 꼭 전달해야 한다.



5. 세심하게 배려하기


이건 장례식장에 조문하러 가는 입장에서 이야기다. 부의함을 지키던 친척오빠가 나를 불러 친구가 주고 갔다며 꾸러미를 하나 건넸다. 안에는 스무 명은 족히 먹을 자양강장제, 비타민, 호두과자와 아이스커피 10잔이 있었다.

"언제 주고 갔어? 왜 나한테는 말도 안 했지?"

"너 불러줄까 물어봤는데 바쁠 텐데 신경 쓰이게 하기 싫다고 안 불러줘도 된다면서 놓고 바로 갔어."


매끼 먹는 육개장과 지나치게 단 캔커피에 물려있던 가족들은 친구가 사 온 간식을 가뭄 속 단비처럼 좋아했다.


친구가 간식을 주고 가며 보냈던 메시지

물론 상 입장에서 장례식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우리 엄마 장례식에 찾아온 모든 친구들의 얼굴과 마음을 기억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것도 안 사 와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그러나 지쳐있는 나를 배려해 준 그 친구의 섬세함에 정말 힘이  안을 받았다. 나도 앞으로 꼭 그런 세심한 배려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마 뒤 친구 어머님 장례식에 조문 갈 일이 생겨 쇼핑백 두 개에 빵을 꽉꽉 채워 가져다줬다.


그런가 하면 언니의 친구조카가 먹을 이유식과 간식을 챙겨 와서 언니를 울리기도 했다. 경황이 없던 언니가 미처 챙기지 못할 것이란 걸 언니 친구가 다정하게 알아봐 준 것이다. 장례식 내내 따뜻한 사람들의 다정함이 우리를 울리고 웃게 했다.



6. 조의금 봉투에 짧은 설명 쓰기


결혼식 때야 내 손님 아니면 엄마 아빠 손님이니 봉투를 정리할 때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 조의금 봉투가 450개나 되는데 아빠, 엄마, 언니, 형부, 나, 남편, 동생 손님이 다 섞여 있으니 헷갈리는 일이 있었다. 동명이인도 있었고 다들 누군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땐 조의금 액수가 얼마인지, 봉투에 쓰여있는 글씨가 어른글씨인지 젊은이 글씨(?)인지로 구별해야만 했다.


몇몇 조문객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겪어봤는지 봉투에 짧은 설명을 곁들였다. 예를 들면 홍길동라고 이름 쓴 뒤 (춘천)이라고 지역명을 기재하든가, 김철수(유호 대학동기)라고 관계를 쓰거나 이영희 (ㅇㅇ전자)라고 직장을 썼다. 이게 꽤 유용했어서 나도 다음 장례식 갈 때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하여 어쩌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 팁을 써보았습니다. 제 글이 늘 그렇듯 그냥 친한 친구가 본인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고 와서 '내가 해보니 이렇더라.' 수다를 떠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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