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나 홀로 강릉 당일치기 with 32km 러닝

느리지만 나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by 뉴잼 NEW JAM

나 홀로 세 번째 강릉 당일치기 여행.

첫 번째는 취업 전 고속버스로,

두 번째는 취업 후 자동차로,

세 번째는 퇴사 후 KTX로 다녀왔다.


원래는 제주도 한라산을 다녀오고 싶었다.

아무래도 외박은 남편에게 미안해서,

한라산 당일치기를 해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 강릉이 떠올랐다.

3주도 안 남은 해남 풀코스 마라톤을 대비하여

해안로 따라 러닝도 하고 오면 좋겠다 싶었다.


당일 새벽,

어쩌다 보니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로

열차를 타게 되었다.

전날 남편과 본 러닝 유튜브 속

2시간만 자고 달리는 선수가 신기했는데,

정작 1분도 안 자고 뛰게 된 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사물함에 짐을 두고 달릴 준비를 한 채

버스를 타고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 내리자마자 비가 반겨주었다.

비 내리는 바다 구경을 잠시 하고,

외국인 커플 사진을 한참 찍어준 후에서야

본격적 달리기를 시작했다.

목표는 주문진항까지 갔다가

반환하여 동화가든에서 짬뽕순두부를 먹는 것이었다.

총 32km의 코스였다.


지금껏 대회 제외 최장거리가 11km 정도였기에,

초반에는 남은 거리가 버겁게만 느껴졌다.

새로운 해변 표지판이 보일 때마다

목표를 수정해 볼까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천천히 뛰다 보니 힘들지도 않고

(물리적 시간은 더 느릴지언정)

평소보다 더 빠르게 1km가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페이스가 8:50 정도였는데,

처음으로 진정한 펀런(Fun Run)을 하며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느꼈다.


무엇보다 해안을 따라 뛰는 길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러닝 하기에도, 여행을 즐기기에도 너무 좋았다.

당분간 다른 여행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만족했다.


물론 그 상태로 끝까지 간 것은 아니었다.

점점 세차게 내리는 비와 무릎 통증 때문에

걸어갈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짬뽕이 빨리 먹고 싶었고,

택시를 타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다 뛰기는 힘들 거라는 남편에게 보여주고자

끝까지 뛰었다.


그렇게 비를 뚫고 도착한 동화가든.

원래는 웨이팅이 긴 곳인데,

천천히 달리다 보니 점심시간을 훨씬 지나 도착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히려 좋아…

주문한 짬뽕순두부가 나오자마자 흡입했다.

역시 5년 동안 그리워했던 그 맛이었다.

(다리가 아파 추가 반찬을 가지러 못 간게 아쉬웠다.)



이제 기차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7시간 정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여행을 시작했다.

소품샵, 독립서점 1, 카페, 극장,

(중간엔 추워서 나이키에서 후리스도 사고),

감자튀김가게, 시장, 독립서점 2,

그리고 마지막 북바까지 알차게 즐겼다.

뛰고 먹고 마시고 쉬고 보고 읽고.


생각이 필요할 때마다 오게 되었던 강릉.

막상 오면 춥거나 돌아다니느라 지쳐

많은 생각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 자체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또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제 또 언제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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