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왕에서 요리왕을 향해
퇴사하면 점심 먹는 것도 일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뭐 대충 먹으면 되겠지란 생각이었는데,
퇴사 다음날 눈뜨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Lv1. 배달 음식
초반에는 우려했던 대로 배달음식을 먹었다.
밖에 있을 때보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식욕이 훨씬 왕성해지고 꼭 당기는 음식이 있었다.
먹는 낙밖에 없어서일까.
체질상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까지
매일매일 밥과 디저트를 다양하게도 시켜 먹었다.
그런데 배달음식을 먹다 보면 현타가 온다.
최소 주문 금액이 있어 혼자 먹기에 비싸기도 하고
양도 많아 늘 배가 부르다.
Lv2. 외식
직장인, 프리랜서, 육아맘 등 주변 친구들이
점심 초대를 해주었다.
서대문, 광화문, 여의도, 선릉, 은평, 원당 등
불러주는 곳에 어디든 찾아갔다.
나가서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다 보니,
다시 식욕 절제도 조금씩 되었다.
특히 낮에 나가다 보니 광합성도 하고
각 동네 구경도 하고
도움 되는 말들도 많이 들어 힘이 되었다.
전에 취직했을 때 회사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들 많이 사줬었는데,
반대의 상황이 되니 새롭기도 하고
다시 베풀게 될 날이 얼른 왔으면 한다.
Lv3. 요리
슬슬 퇴사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현실로 와닿았다.
아직 요리라 하기는 민망하지만,
컬리와 양가에서 감사히 받은 반찬을 활용하여
집에서 밥을 차려먹기 시작했다.
직접 만드니 글루텐프리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김치 수제비, 닭 오븐구이, 에그인헬, 바나나빵 등.
아무래도 베이킹 클래스를 듣고 나니
주방과 레시피에 친근해져서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졌다.
덕분에 남편에게도 조금씩 요리를 해주게 되었다.
남편은 넘치게 칭찬하며 이것을 늘 기억하라고 했다.
'난 우리 엄마 딸이야!'
엄마가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는데,
딸도 이를 닮았길 바라는 남편의 염원이 담겨있다.
퇴사를 하고 관심과 생각이 참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즐거워하는 스스로가 신기했다.
앞으로도 무엇이든 관심이 가는 일에 집중하며
용기 내 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