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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고슴도치 Nov 17. 2019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할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할  있는 이유를 기필코 알아내고 싶었던 적이 있다. 충분히 느끼기보다는 생각하고 정리해서 머리로 이해하는 방법이 내겐 익숙했었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한다던 네가 나의 좋은 점을 조목조목 나열하여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진짜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조금은 귀여운 생각이었다.  이유를 물을 때마다 너는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눈썹 위에 얹어놓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그것을 애써 찾지 않아도 되는 상태이다.


이유가 없다는 이유만큼 아늑한 이유가 있을까. 이는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달콤한 이유가 잠시, 아니 영영 사라질지라도 그를 좋아할 수 있는 까닭이다. 헤아릴 수도 없고, 그러지 않아도 충분한 상태. 그것의 모양, 이름, 감촉, 향기, 움직이는 형태까지 그 모든 것이 이유가 되는. 그냥 아주 좋은 상태를 느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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