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명의 고슴도치 May 16. 2020

방석을 깔고 앉는 게 어때요?

어떤 말들은



내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는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는 대신에 두툼한 방석을 한 장 깔고 앉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바쁘고 귀찮아서 자주 까먹을지라도 나는 나의 궁둥이를 귀하게 대접해야 한다.      


어느 겨울날, 난방이 잘 되어있지 않은 공간에 갔던 적이 있다. 그곳에 함께 간 사람의 방석은 챙겨서 건네주고 나는 냉기가 서려 있는 바닥에 그냥 앉으려 했다. 방석이 여러 개 더 있는 걸 보았음에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내가 건넨 방석에 앉아있던 이는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방석을 깔고 앉으면 좋을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방석을 깔고 앉는 게 어때요?’     


아차 싶었다. 방석을 하나 더 꺼내어 깔고 앉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내가 나를 맨바닥에 앉히며 푸대접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타인의 방석은 자연스레 먼저 챙겼으면서 말이다. 대접하는 일은 앉을 때 방석을 챙기는 일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나는 ‘괜찮아, 아무래도 좋아, 내 엉덩이쯤이야 아무렇게나 대해도 괜찮아.’에 익숙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잖아도 추운 걸 못 견뎌 하는 나는 내게 참 서운했을 것이다.     


그날 함께했던 이의 방석 권유는 여태 나의 마음 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그 이후로는 습관처럼 그냥, 대충 맨바닥에 앉으려는 순간마다 그 사람의 말이 선명하게 떠올라 방석을 꼭 챙겨서 앉게 되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나의 몸과 마음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대접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 마음은 어떤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