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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Aug 05. 2024

또 다른 맏이와 마주침

인사치레 (2)

 큰아이가 4학년 때 내 명의로 된 집이 생겼다. 구축 아파트 25평인데 넓은 베란다에 화초를 내 맘대로 멋지게 꾸려 놓았다. 동네에서 가장 핫하게 외등에서 더 빛나게 해놓으니 으스름해도 보기 좋다.

엄마는 엄마집과 지근거리인 새 빌라를 계약하라고 권하셨지만 나는 말대꾸 없이 명색이 아파트인 걸 구입했다.


 막냇동생이 “언니 부모님 대신 내가 소득세를 보태 줄게. 이번 주에 목돈이 나와.” 싫다는 데도 천만 원을 기꺼이 해줬다. 고맙고 미안하다. 특히 폐 끼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나잖아.

몇 주 뒤 막내가 언성을 높일까 염려하면서 “내 귀걸이 있던 거 다 녹여서 네 귀걸이 두 개로 해 왔어. 다 14금이야. 이쁘지. 고급 지지.” 사실은 새것인데. 유독 돈의 귀함에 불필요한 쓴소리를 먹을까 봐서 조심스레 준 것이 본래 케이스를 치우고 작은 투명 비닐에 담아서 줬다. “가짜는 나 안 해.” “나도 모조품은 이뻐도 못해. 가려워서.”

막내는 아버질 닮아서 무지 알뜰하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보다 더하다. 이 귀걸이를 진짜가 아닌 걸로 보았을까? 누굴 줬는지 안 하고 다니더라. 20여 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여태껏 본 적이 없다.


 거기다 언동 설한인데 얇은 스타킹을 하나만 신으면서 동상이 걸렸다며 옥수숫대를 삶아서는 발에 담그는 걸 봤다. 두꺼운 기모 스타킹을 사다 주며 “이거 따시다. 꼭 신어봐.” 잘 챙겨 입고 다니겠지... ...

인절미를 싸가지고 둘렀는데 신고 있던 스타킹을 돌돌 말린 체 벗어서 내가 있는 쪽으로 휙 던지며 “바지랑 속옷에 검정 물들었잖아. 더러워 보이게. 나 안 신어.” 된소리를 먹고서 10개 십만 원치를 도로 가져왔다... 불그죽죽한 낯빛을 하고서 냉큼 나왔다. (벗어던지다니)

그랬던 막냇동생이 지난 겨울엔 내 큰아이더러 이걸 사 달라고 했다네. 헛 참.


 조카들 예식에 정장이 많은 막냇동생은 드라이 세탁비가 나간다며 대충 치마를 걸쳐 입고 나타나서 하품을 하게 했다. 내 엄마가 그랬듯이, 네게서도 지겹게 듣는 말 ‘안 좋은 거, 중국 거.’

왜 나는 하대를 받지. 살아생전에 내 엄마가 자식들 간의 교통정리를 좀 해주셨으면. 고쳐지기 힘든 성격의 유형을 어려서부터 잘 잡아 주셨더라면 ... ...

동네 어르신한테는 참 잘하시고, 모진 시집살이 가운데에서도 이모할머니들이 사돈댁에 오시게 해서 송편도 곧잘 만드신 내 엄니가 왜 내겐 차가운 말로 지적으로 냉정하셨을까?


 공항 사무실에서 우리 업무를 봐주신 분이 새엄마의 곤혹을 독하게 치러서 남자 장화 홍련으로 내가 닉네임을 붙여 줬던 기억이 뜬다.

장윤정 가수의 ‘초혼’노래가 나오면 눈을 감은 채 눈물이 잔뜩 고였던 내게,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내 기 좀 세워 주셨더라면, 우애가 있는 형제지간이 되지 않았을까?

대신에 내 아이 둘이 상의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을 가져야겠다.


 어제 우리 반려견 태양이가 자기 이름을 잘 알아듣는다며 이쁘다는 칭찬과 이천 원을 길가에서 다 벌어오듯이 인사를 하면 공짜로 힐링이 되는 것이지.


 다른 날의 좋은 아침처럼.

웃음 인사로 시너지를 나눔 했으니 기분 좋은 하루 홧팅하자!!!

브런치에 쓴 글로 촘촘한 아픔을 털어내고 홧팅하자!! 뿜 뿜 뿜!!!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 브런치에 올라온 스토리에 열정을 가지고 읽고 있다. 그들의 글이 내겐 큰 대접 받음이다. 수정에 수정을 더한 머리와 마음 풀기를 글쓰기 넓은 마당에 깔아 놓았으니 난 댓글로 보답을 한다.

댓글을 쓰면서도 내 글은 또 보상을 받게 되어 글 씀에 보탬이 된다.

글을 계속 써 보라는 마음의 힘을 얻고 자꾸만 쓰니 글을 짓는 손이 바빠져!


마음의 힘을 얻고*****


 

 부모님의 의미를 아예 모르는 순한 이미지의 청년 노숙인은 서글서글하니 붙임성도 좋았다. 같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아주 성실하여 협력심이 성과를 끌어올려 줬다. 초췌한 모습은 신발에서만 느꼈을 뿐 행색으로 봐선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제가 번 돈으로 서울역 노숙인들한테 담배 한 개피씩 돌릴 거예요. 저를 기다리실 겁니다.” 운동화 옆구리는 다 헤지고 찢어져 벌어졌으며 밑창은 닳은 정도가 울퉁불퉁인 것을 신고서 (이것도 그나마 주워 신은 것이라는데) 잔꾀를 피우지 않은 이 젊은이한테 운동화 한 켤레 못 사 준 것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내 가슴에 못이 박힘 같은 아픔으로 고여있다. 사흘 동안 봐온 그를 한 번 다시 보고 싶다. 렷하게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데 만나 볼 수 있을까? 만나면 꼭 신발을 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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