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언덕을 비비다
둥근달 반을 빵 잡듯
손으로 울퉁불퉁 잘라
하늘에 띄워놓고
나무에 매달린 홍시 세 알
하나는 집다가 손에 터뜨려져서
방금 올린 달에 묻혀놨네
붉어진 달빛 취했는지
비틀거린다
딸까 말까 망설인 하나는
새 모이가 되고
아내 몫은 떨어지면 먹으려고
놔둔단다
주홍빛이 예쁜 것을
기억 저편에 남기기 위해
꽃으로 생각해 놨다
저건 무슨 꽃이야
으응 예쁜 꽃
달 옆에 핀으로 꽂으면 좋겠어
꽃이란 말에 벌 한 마리
날아들어 손바닥을 쏘았네
나 손 아파서 낼 일 못해요
나도 아픈 사람이 옆에 있어서
같이 아프니 일 못해요
하하하 호호호
노부부의 너털웃음을
조각달이 살찌우려고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