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언덕을 비비다
마음에도 길이 있어
펀펀한 포장도로가 있는가 하면
덜컹거리며 돌멩이가 차이는 길이 있고
질퍽이며 쩍쩍 껄어붙는 진흙 길이 있어
글을 쓰는 이로써
어느 날은 문장을 쉽게 내주는 날이 되고
한 날은 썼다가 지우기를 번복되게 하잖아
그럴 땐 걸음들이 비비작 대는
장터로 외출을 해
빈손으로 가는 길은
엄마의 분 냄새가 나며
봉지라도 들고 오는 길은
아버지의 지팡이질 걸음이 따르게 한다
냄새를 맡은 심보는
때때로 요동을 찌어내니
향이 다 쪄질 무렵
글은 쓰고자 하는 이 곁에 바짝 붙어서
품어 달라고 한다
쓰고 싶은 욕망이
자신도 모르게 나댈 때
카페 동생이 내 눈을 보더니 바람 쐬어야겠다며 시장과 지하상가를 동행하게 했다. 권하는 밥을 싫다고 하니 아이보리 잠바와 바지를 사줬다. 고맙기도 한데 본인 가게에 나를 앉혀놓고 가수 자격증을 오래전에 취득한 이 동생이 드럼 치고 노래해 줘서 결코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런데 집 가는 길에 아버지랑 들르던 흑염소집 앞을 지나려니 가슴이 뜨끔뜨끔 더워지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향이 내가 지나는 길에 묻혀서 이따금 욱하고 올라온다.
데워진 온기를 가라앉히려고 핸드폰을 열었다. 찜만 해놓은 상태로 댓글을 달아드릴 작가님이 계셔서였는데 브런치팀에서 13회 브런치프로젝트 선정 알람이 떴다. 나를 포함한 1만 4천여 명의 출품 가운데서 열 분의 작품이 당선됐는데 개중에는 나의 구독 작가님도 끼어있어서 바로 응원을 드렸다. 그 안에는 접하기 쉽지 않은 일상 글이 포함된 것 같다.
공모전에서 매번 낙선된다 한들 어떠랴. 모두 글에 진취 되어있는 작가의 호칭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그랬다. 닥치고 써. 이렇게 말이다. 가슴속에서 문장이 이글거릴 때 쓰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