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언덕을 비비다
삐거덕거리며 어제의 긴 밤은
빗장을 걸었다
마음 한 조각 팬의 콩 볶음처럼 튀겨진다
주위에 너무 잘 보이려고
인두겁을 쓰진 않았나
져 주는 것이 이기는 방식이라고
동그라미를 치며 자아를 포위했는데
또 까먹은 건가
때로 모른 척하면서 버텨도 봐야 함을
내가 선 자리에 화석 같은 발자국을 남길 때
내키지 않는 것엔 신경을 등져야 함을
일 년 내내 마음 농사를 그렇게 지은 줄
아뿔싸
간밤까지 내 흔적은 허탕을 낚아 댔지 싶다
자조하다
싫은 것에 얽매어 끌려가지 말아야 해
허비한 시간이면
소중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되고
글을 마주할 수 있는 풍요를 갖게 돼
병오년 모른 척하는 데 익숙해져야겠다
모가 난 것을 강제로 깎아내지 않아야겠다
두루뭉술해 보이면 선을 넘으려고 하니
아닌 것은 아니라며 손사래 쳐주어야 해
상의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멋대로 행위를 하려는 이의 곁은
지켜주지 않아도 된다
거절하는 방도를 써먹어야 해
새해는 모른 척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