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콩깍지 팥깍지
마음 구석엔 늘 승리가 자리하고 있다. 가족의 일체였기에 무지개다리 건너 반짝이며 내려다볼 승리가 우린 아직도 든든하다. 가까이하고 있다는거에 가까워서.
작은 아인 헛헛함을 내보였다. 길냥이들을 집 근처까지 불러오고 손이 탄 분홍발 얘들은 주인님도 아닌데 내 아일 집사로 받아들였다.
아파트 너른 땅에 뒤둥글고 딸내미가 올 시간이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 바지에 비벼대고 다리 가운데 사이로 왔다 갔다 인사를 해준다.
“냥 냥” 울어서 ‘냥이’라고 붙여주고 나 몰래 데려왔구먼. 뭔 말을 알아듣고 여기 꼭대기까지 세대주인 나 몰래 왔다냐. 밑에 층 현관 입구엔 집도 만들어주더라니.
난 사실적으로 냥이류는 몸에 닿는 순간 뱀도 아닌데 징그럽다듯 피하걸랑. 지금도 그래.
이 우유갑처럼 생긴 집을 조립하려고 들고 오는데 바로 집으로 꺾어지는 큰 길에서 이 상자 안에 맞춤이라도 한 듯 진한 곤색 방석이 날아와 떨어졌다. 딸아이가 들고 와 깔아줬는데 하늘에서 귀신같이 내려온 듯 새것 같고. 헛!참!놔! 기적같다. 그리고 주민들이 다 보듬어 주네. 신기하다. 내 아인 친구가 필요했다.
사람은 못 믿겠으니 동물과 둘의 언어로 소통되는 걸 좋아했다.
정말 귀신같아. 출근시간에 계단 타고 집에 올라와서 냥냥 거리고 퇴근시간엔 어디선가 들여다보고 있었듯이 쓰윽 나타나주고, 507호도 알아보고 집사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친절한 인사 사이를 만들어 줬다. 간식들 먹이고 밥이랑 물 바꿔주고.“냥”이라고만 운 이 녀석 1년 겨울 지나더니 큰 중앙길의 다른 집사 손에서 이쁨 받고 있었다.
다른 길냥이 집사한테 수고하신다고 했더니 “우리 가정이 울퉁불퉁 다툼이 많았는데 내가 얘들 밥을 챙겨주고부터 행복이 찾아왔어요. 우리 아저씨랑 사이가 좋아졌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난 행복을 계속 가질 겁니다.”답을 주셨다. 개중에는 짐승이라며 싫다고 손사래 치는 이도 있지만 동물한테서 위안을 받는 이들의 행복을 무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