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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어, 이번엔 에옹이여

(21) 콩깍지 팥깍지

by 블라썸도윤 Sep 05. 2024

 길가에 냥이들이 꽤 되네. 음식물 쓰레기통 큰 게 있어서 주변으로 몰리고 집사들이 늘어나고.


 이번엔 내 눈에 쓸리게 띤 아이. 얘는 “에옹 에옹” 울어서 ‘에옹이’로 단박에 붙여진 이름.

왕눈 옆으로 큰 생채기가 나서 피를 내고 있었다. 겁에 잔뜩 짓눌린 걸 역시나 딸내미가 상처연고 후시딘을 후딱 들고 와 발라 주었다.


 헛! 희한하네 담날 저녁엔 애 상처가 또 귀신처럼 없어졌어. 댑다 빨리 상처가 아무는 군.

그러더니 여길 공짜로 그러니까 냥이 자리였던 넓은 공터를 터를 잡았다. 또 생채기 봤던 주민들은 이쁨을 주게 되니 얘는 겁이 달아나서 여기 건물 주인장이 됐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출근시간 6시40분 기가 막히다. “에옹  에옹  에옹

브런치 글 이미지 2

또 델꼬 왔어. 그래 둘이 친하게 지내. 이심전심.


 같은 주민들은 우리 우체통에 애 먹거리를 쌓아놓고 내 아인 간식을 좋은 놈으로 사냥해서 주었다.


 어느 날 1층이 다른 이로 이사를 오더니 창틀을 아예 구멍 만들어서 에옹이가 들락날락하게 편히 쉼자리를 제공했다.


 겨울에 이 집이 문 잠겼으면 5층 우리 집에 올라와서 “에옹 에옹” 거린다. 문 열어주면 쫓아 내려오라고 눈시늉을 콤마점 찍고서 슬슬 내려간다. 쫓아가면 영락없이 문이 잠겼다.


 언니 같은 1층 아줌니 귀가 어두워 인기척 후에 ‘에옹이’를 식구처럼 받아들인다.


 또 금세 자란 이 이쁜 에옹이가 새끼를 배에 베어 와서 가족을 5마리 늘렸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자립들 하고서 남은 얼룩이 새끼는 ‘하양이’라고 아래층에서 이미 이름을 지어줌.

이 새끼가 집사인 내 아일 겁내서 피하니까 냥이 어미가 뭐라뭐라 길게 교육하는 중.

다음날부터 내 아이한테 비벼댄 하양이.


대화가 필요한 모든 동물의 공통성은 소통이닷!


 가을이 되니 ‘냥이’가 자기 터라며 ‘에옹이’를 내칠려고 시비를 걸어오니 주민 모두가 냥이편 안 들어주고 에옹이편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하양이’가 지엄마 곁으로 후딱가서 같이 맞짱을 소리로만 떴다. 에옹이 승!


 이렇게 가족의 의지를 비춘 애들은 또 어느 날

어미가 하양이 더러 뭐라뭐라 잔소리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가 어미가 어디로 가서 아예 안 보이고 하양이가 대장이다.

어미가 그리운 걸까? 비둘기는 밥거리 먹이인데 놀자고 했는지 비둘기만 보면 하양이도 비둘기도 아주 가깝게 서로를 찾는 소리를 내며 근방으로 달라붙더라. 하양이 밥을 비둘기가 먹어도 냅두고 말야.

다른 집사들이 생선대가리 들고서 불러도 얼씬 안 하는데 내 아이한테 먼저 다리 사이 왔다 갔다 인사한 후에 생선대가리 냄새로 슬슬 걸어간다.


 참 신기하다. 인사 차례를 아는 거. 내 딸이 인사를 받아야 군침 도는 최애 음식에 기웃 한다는 게 사람들은 정말 배워야 한다.


 그들만의 음성 천사 같은 고유한 맘이 넘실거려 친구 먹기로 통했나 보다.

 

 여기 동네 일체가 재개발이 되면서 이주 마쳤는데 내 아인 동물을 신의하면서 이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뱀도 좋다는데.


 믿음이란다.이주 덜 된 상태에서 이 동네를 겁도 없이 내 아이가 택배 찾으러 혼자 둘렀더니 갑자기 하양이가 와서 손 내밀고 아는 체를 하더라네. 앞 잔디밭은 풀이 현관까지 차오르고 냥이들은 여기가 배변 장소이며 자기들 영역 표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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