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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차버린 중간에서

(23) 콩깍지 팥깍지

by 블라썸도윤 Sep 07. 2024

 울타리 안에서 1년을 가두리 해놨다가 치웠다. 울 아기 태양인 늠름해졌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온 날은 지어미 내 작은딸에게 눈 흘기고 안 가더니 아침부턴 기분이 싹 풀려서 지어밀 살갑게 대하고 매달린다. 뒤끝이 없는 것 같았는데 아래 건물 5개월짜리 초코한테 밀리더니 별렀다가 “으릉” 덤비고 줄달음으로 밀쳐서 초코는 꼬리를 내려 패자가 됐다. 영리하다. 요걸 담고 있었네. 오늘 제대로 풀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체육공원엔 산책견들과 운동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인 부부는 아기 태양이를 처음에 안고 산책 시킬 때부터 올인하여 이뻐 해주시더니 태양이도 알아봐서 이때는 줄을 놓아준다.

1년 만에 태양아!”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셨을 땐 깜짝 놀랐다. 우리 아기만 유독 이뻐해 주시니 감개무량해서 많이 만져보게 했다.

간식도 이 두 분거 외에는 다른 이가 같은 걸 줘봐도 입을 피하니 이 두 부부는 태양이를 기다리고, 태양인 그 부부를 찾고 서로 그런 인연이 됐다. 목에 두르는 케이프도 사다 주시고, 특히나 이분들이 사 오는 간식은 볼 때마다 잘 받아먹으며 특별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태양인 특히나 길눈이 어찌나 밝은지 할미인 나와 지어미를 앞서서 길 안내해 준다. 골목골목을 꿰차고 있으며 덕분에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어 이곳 유지가 된 기분이다.


 승리처럼 인형 이름을 알아내지는 못하지만 길눈 하나만은 대회감이다. 이쁘기도 하고 작기도 하지만 사람을 잘 따르고 눈빛과 바닥 긁는 것으로 우리 대화는 다 통한다.

길에선 2천 원을 이쁘다고 다 벌어오고 간식도 받아오고 우리 세 가족 간 대화의 중심이 됐다.


 이른 시간이라 그렇지 운동시간을 꼬박 지키게 해주고 우리가 의지를 하게 해준다. 이쁜 짓을 많이 하니 승리만 보겠다는 마음의 약속을 어기고 8년 만에 다시 반려 가족을 들였으나, 우린 승리 얘기도 만만치 않게 빼놓지 않는다.


 사람은 못 믿어도 퇴근시간 맞춰 현관문 앞쪽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의리의 사나이 ‘태양이’ 이름도 좋다. 우리 가정에 필요한 좋은 기운의 이름.

승리랑 틀린 게 이 아긴 불편한 것을 눈과 기 울음으로 표시 내준다.

  

 밥을 온전히 먹거나 간식을 주면 두 손을 비비며 누워서 세리머니 쳐줄 때 우리도 기분이 좋다.

큰 아이는 ‘빠방 주인님’인데 주차장에서 회색 소나타만 보면 그쪽으로 줄을 당긴다. 가보잖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진돗개 ‘이두’는 태양일 알아보고 똘이아빠, 장군이네, 초코네를 가만 놔두고 이들 5마리는 사이좋은 친구들이다. 절대로 으르렁대지 않으며 주인장들한테로 가서 비벼댄다.

 

 내 머리끈만 풀어서 코로 날리기 하며 재롱떠는 이 아인 동네의 이쁨쟁이다.


 처음에 이쁜 짓을 했을 때 바로 간식을 안 주면 심술 풀이로 이불에 오줌을 갈겼는데 우린 이마저 잘 알아들어서 조그만 고구마를 앞에 놔준다. 승리가 아직은 내 속에 자리 잡고 있으나 둘 다 비교하지 않으려 하며 어쩌면 승리한테 못다 한 정성과 사랑을 태양이게 더 쏟아준다. 이다음엔 무지개 타면 애완돌을 들여다 만져주며 말을 시켜야 되나... 생각이 들게 하네.


 새로 구입한 기구로 다리를 풀면 못 보던 신기한 거라 고개를 갸우뚱해주고 처음 듣는 단어도 승리처럼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릴 때 우리 입에 침이 고이게 무지 이쁘다.


 가족이 하나라도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면 현관문을 향해 엎드려서 걱정 시린 눈빛을 가지고 기다려준다.

욕실샤워기 소리 잠금이 되면 얼른 앞에 와서 엎드리고 그제부턴 세탁기가 다됨을 알림해주면 먼저 가서 기다린다. 널 때까지.

 

 승리랑 약속했었는데 이 세상은 너밖에 없다고.

그런데 또 이유가 생겼다. 대화의 주제를 네가 매일 내줘서 우린 꼭 웃을 수 있다고.


 유난히 말이 잘 통하는 아기 너는 네 잘못이 없으면 우리가 미안하다고 할 때까지 짖어서 인정을 받아낸다.

엊그제 네가 네 엄마 쓰레기 치우고 들어오는데 반기려고 다급하게 나가다 문이 닫혔다. 얼른 열어줬을 때 할미인 내가 “어데 갔었어?”를 내리 했더니 내가 이 말을 할 때마다 계속 혀가 말리면서 말하듯이 짖어댔다. 할미 때문에 그런 거라고 왜 문을 닫았냐고 짖어댐을 알았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사이좋게 지내자.

건강하게 지내자로 시작된 가족! 행복이 영글게 하자! 대화는 중요하며 웃음을 많이 갖게 하자.


브런치 글 이미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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