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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 다시 시작이야

(22) 콩깍지 팥깍지

by 블라썸도윤 Sep 06. 2024

  냥이집사 될 때 느낌이 왔다. 왠지 승리 외엔 없다는 약속을 어길듯 싶었다.

 시간이 좀 되나 보다. 근육 좀 키우겠다는데도 내 맘대로가 안되는 건 자꾸만 쉼이 부족하다고 뱉어지는 건지  딸이 먼저 꺼냈다. “승리랑 비슷한 아이 또 키워 보면 어떨까?” 바로 애완견 숍에 가서 반려 가족으로 여시 같은 검은 눈의 아기 푸들을 데려왔다. 내 손으로 딱 한 뼘 크기의 토이푸들 입양할 때 “꽉 붙드세요.” 한 걸 한 달 안에 감지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욕실 앞의 깔판 앞에서 내가 떨어뜨렸다. 꽉 잡아야 하는 걸 잊었다. 얼른 안았고 정신이 없는데 내 두 팔과 응시하고 있는 눈에서 가물대던 이 아기가 고개가 옆으로 팍 쓰러지더니 흰자를 보이고는 순간 눈을 감았다. 식겁하고 놀라서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집념이 꽉 깨물어졌다. 창문의 시원한 바람을 쏘여주며 아기의 작은 가슴을 계속 쓸어줬다. 30분 정도 식은땀과 살아줘를 연거푸 뱉는데 진짜로 눈이 다시 떠졌다. 30분 더 안아주니 숨소리가 제대로 진동됐다. 좀 안도를 하면서 내려놓으니 왼쪽으로 기울고 그  방향으로 넘어지면서 내게로 온다. 딸내미가 사위를 불러서 승리가 입원했던 독스병원엘 데리고 갔더니 순서를 무조건 기다리라며 가망이 없다고 했다. 딸아이가 “형부 우리 아기 살려주세요. 우리 태양이요.” 울며불며 나를 채찍도 하면서 기도를 하고 지형부를 매달렸다. 검색창을 인용하니 구로에 주말진료가 되는 동물 병원이 있었다. 아점도 못 먹은 사위 덕에 이 병원에서 폐에 찬 피를 빼주고 다음날 극진히 데려왔다. 늦저녁 밥을 잘 먹는다며 퇴원 요청 연락을 받아서 박수를 치며 데려왔다. 조심해야지 난 살견을 할 뻔했다. 큰 사고였다. 아기 강아지는 꽉 붙들어서 안아줘야 한다. 조심성이 없으면 떨어뜨리기 쉽다.


 어서 와! 다시 시작이야.


 짖어댐도 우릴 이겨 먹으려고 했다. 승리는 거의 1년 되어서 짖었는데 태양인 이름 지어주자마자 아기 소리로 짖었다.

다행히도 뭐라는 사람도 시끄럽다는 주위의 편견 소리도 없이 태양인 동네의 귀염둥이 왕자님이 됐다. 그래서 이사 온 지 2년 만에 우린 인사하는 사이가 많아져서 마을의 유지처럼 됐다.


 2023년 11월생인 태양인 이제 딸내미와 내게 빠른 기상을 시켜주고 오전 오후로 산책 겸 걷기 운동을 시켜주는 헬스 친구다.

그런데 너무 이른 새벽 새벽 기도 가는 시간은 우리가 더 자게 해줘. 부탁이야, 태양아!

겨울엔 초승 달 옆의 금성이 사라지기도 전에 눈 비비고 옷을 살짝 걸치고 나가는 게 보통 정성이 아녀. 안 그러면 네가 짖거나 배변판을 벅벅 긁어대잖아. 귓구멍을 막고 잘 수 없으니 너를 케어하고 운동 나가.


브런치 글 이미지 2

 호두 같은 작은 뇌에서 여시 같은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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