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참혹하게 아름다운 섬, 만델라가 수감되었던 로벤섬에서
로벤섬*에서 7년을 복역했다는 스팍스 씨는 만델라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양심수였다. 이제 그는 수용소를 찾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한다. 커다란 덩치만큼 진중하고 겸손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화에 한몫했다는 자부심과, 만델라와 같은 곳에서 수감생활을 했다는 자랑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있자니 뭔가 이상했다. 단 하나의 정보도 빠뜨리지 않고 전달해야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그의 말은 거의 음절 수준으로 분절되었기 때문이다.
“디스! 포이트! 이스! ......”
짧은 문장도 뚝뚝 끊어지는데다가 액센트에 격정적인 감정까지 실리니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진지한 그의 얼굴과 손동작은 듣는 이들의 시선을 스펀지처럼 빨아 들였고, 전달하고 싶은 것과 강조하고 싶은 점을 충분히 이해시켰다.
사람의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그중 하나는 잡고 싶은 것을 결코 잡을 수 없는 자리에 놓아두고 계속 손을 뻗게 만드는 일이 아닐는지. 사방이 코발트블루 바다로 둘러싸인 로벤섬에서 육지를 바라보면 케이프타운의 수려한 해안선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산정상이 평평한 테이블마운틴과 그 위로 떠있는 하얀 구름은 그대로 멋진 사진엽서가 된다. 이곳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은 매일 밤 그곳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뺨을 부비며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뜨면 간밤의 꿈은 파도처럼 하얀 포말이 되어 흩어져버렸을 테다.
아름답고도 참혹한 섬, 그곳에서 살아 버틴 사람들의 말言은 가슴 저미는 고통으로 다져진 것이리라. 육체에 가해지는 고문보다 양심을 흔드는 회유보다 더 무거운 형벌은 희망과의 싸움이었을 것이다. 신기루 같은 희망고문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화려하고 장황한 거품을 걷어내고 앙상한 진실만을 남겨두어야 했을 것이다. 쓰라린 햇살이 증발시키고 남긴 소금처럼 영혼의 언어는 정수精髓만을 품었을 테다.
살면서 내 입에서 튀어나와 아무렇게나 떠돌던 가벼운 말들은 어디로 갔을까. 구겨지고 휘어지고 미사여구가 붙어 느끼한 말들은 얼마였던가. 말은 저렇게 해야 하는데... 스팍스 씨를 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 로벤섬(Robben Island)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근처에 있는 섬. 1960년대에는 감옥이 만들어져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했던 넬슨 만델라와 많은 흑인지도자들이 투옥되었다. 1994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흑인해방운동의 상징으로 로벤섬을 역사 유적으로 지정했고 수용소는 ‘자유의 기념관’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