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조금 예민해."
엄마는 내가 짜증스럽거나 불안한 기미를 보이면 늘 그렇게 말해 왔다. 그 말을 들으면 더 예민해지는 청개구리 마음에는 불을 지피는 격이었다.
나는 스트레스를 담아 두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그 사람의 일상을 걱정을 끼쳐 방해하거나 염려할 일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후로는 사소하지 않은 문제는 잘 이야기하지 않았고, 걱정과 불안을 떨쳐 버릴 만큼의 강도 높은 운동과 취미활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담아 두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날들이었다. 그런 날들이 쌓이다 보면 '나 화났어요.'라는 무표정의 얼굴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런 얼굴로는 점점 아무도 만나기가 싫어지고 자주 동굴에 들어가 있는 날들이 많았다.
지끈지끈 스트레스 편지(웅진)
어린아이도 스트레스가 있다
어른들의 착각은 어린아이의 스트레스는 사소하거나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지끈지끈 스트레스 편지]는 아이들이 한푸러 선생님에게 스트레스 사연을 닮은 편지를 보내면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무엇이 있을까
얼마 전에 본시험에서 백점을 맞고 싶은데 노력해도 잘 안돼요.
친구랑 놀고 싶은데 학습지 선생님이 오는 날이라 집에 가야 해요. 친구가 안된다고 하면 화를 낼까요?
저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집 안 청소.. 강아지 목욕.. 학원 숙제.. 경시대회 준비..
지끈지끈 스트레스 편지 中
아이들의 스트레스의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어른이 된 나의 고민과 스트레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한푸러 선생님은 세세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과 활동들을 생각하는 과정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설명한다. 이렇게 친절한 책을 아이 때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면 나는 스트레스를 잘 물리치는 어른이 되었을 것 같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아는 것!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내 마음을 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스트레스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의 수다와 같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또 아무것도 아닌, 대단한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나만의 스트레스를 잘 물리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부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른의 삶으로 돌아갈 시간
이미 너무 자라 버렸을까.
동화를 자꾸 읽을수록 나의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며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으로 어른들이 지은 이야기이다.
어른들은 왜 이런 이야기를 지어 냈을까
아이들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동화를 다 읽고 찾아보면 처음부터 아이를 위해 무슨 의도를 갖고 쓴 것도 있었지만 유명한 동화들은 의외로 당장 먹고살기 위해 기고하던 글이 반응이 좋아서 혹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담은 상상의 이야기였던 경우가 많았다. 분명 어릴 적에 내가 읽었던 동화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어른이 되어 읽은 동화는 조금 달랐다. 모순적이게도 동화를 자꾸 읽다 보니 다시 자기계발서가 떠오른다.
어른들을 왜 현실과 다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을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예쁘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어른들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나에게 필요한 책들을 덮어두고 한동안 평화롭게 동화를 읽었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상상을 펼치며 신비롭고 즐거운 순간도 있었고, 어른들이 가르쳐 주고자 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동화를 읽으며 잠시 어린이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 동화책 덕분에 다시 어른으로 돌아갈 용기가 생겼다.(언제든 자라고 싶지 않은 날에는 다시 동화책을 볼 생각이다)
이제 다시 어른으로 돌아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