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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록 Oct 24. 2022

우리는 시골 쥐도 도시 쥐도 될 수 있다.

나는 시골 쥐일까 도시 쥐일까

시골 쥐와 서울 쥐의 이야기를 자주 접해 왔다. 나도 모르게 도시 쥐가 아닌 서울 쥐를 먼저 떠올렸다. 

그랬다. 내가 어린 시절 접했던 시골쥐와 서울쥐의 이야기에서는 서로 친구였던 서울 쥐가 자신의 친구인 시골 쥐를 서울로 데려가 구경을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 화려한 삶과 맛있는 음식을 부러워하던 시골 쥐가 서올로 오지만, 매번 위험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보다는 다시 편안하고 익숙한 시골로 돌아간다.


이번에 읽은 책의 제목은 '시골 쥐와 도시 쥐'였다.

이번 버전은 예전과 다르게 시골 쥐 부부와 도시 쥐 부부가 서로를 동경하다가 집을 바꾸며 겪게 되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 각 자의 집에서 편안함을 그리는 이야기를 담아 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현재의 삶이 가장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교훈적 의미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은 시골 쥐와 도시 쥐 모두 익숙한 곳에 적응해서 편안함을 느낄 뿐 모두의 삶에는 위험이 존재하고 이를 잘 살피며 살아내야 한다는 점은 같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시골이 더 편안하고 조용하다는 사고보다는 이번에 각자 삶을 바꾸어 사는 도시 쥐 버전이 훨씬 좋았다.



나는 시골 쥐일까 도시 쥐일까

요즘의 나는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도시에 집이 있고, 시골로 출퇴근하고 있다. 시골에서 가까운 중소도시에서 자랐지만 체험학습을 통해서야 채소와 야채가 자라는 과정을 눈으로 배워 초록색 풀들을 여전히 구별하지 못한다. 마트에서 최종적으로 포장된 예쁜 상품들만이 전부인 줄 알고 지내다 시골에 출퇴근하고 텃밭을 꾸리고 농부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시골 역시 한가한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시골에서 지내다 보면 흙을 밟게 되는 일이 많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금세 옷과 신발이 지저분 해져서 차는 늘 흙 범벅에 흔히 말하는 도시에서의 멋은 내기가 힘들어진다. 여전히 가끔은 시골에서 지내는 삶이 평화롭고 조용하고 아름답다가도 도시의 바쁘고 일사불란한 생활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 또 도시에서만 지내다 보면 또 시골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중소도시에서 자란 나의 또래들은 대부분 도시에 대한 동경을 꿈꾸며 자라왔기에 늘 시골 쥐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막상 더 시골에 오니 나의 삶이 도시 쥐였나 하는 생각도 이따금 든다. 사실 도시 쥐와 시골 쥐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내가 자란 곳보다 더 큰 도시에 가면 시골 쥐고, 더 시골에 가면 도시 쥐가 된다.


시골 쥐가 바라보는 풍경이 하나가 아닌 것이다.

모두가 때론 시골 쥐가 될 수도 있고, 때론 도시 쥐가 될 수도 있다.




시골 쥐와 도시 쥐
모두 바쁜 현대사회

시골 쥐와 도시 쥐(한국차일드아카데미)



도시 쥐는 시골 쥐의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꿨지만 막상 생각지 못한 까마귀라는 위험이 존재했고, 시골 쥐는 도시 생활의 풍요로운 음식을 부러워했지만 항상 고양이나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편안함을 느끼고 잠을 청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도시의 삶은 언제나 바쁘다. 


사람들은 늘 빠르게 움직이고 대부분의 일은 기억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도시 생활에 지쳐 시골에서의 삶을 편안한 휴식처로 생각하고 전원생활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의 삶 또한 만만치가 않다. 시골에서의 삶은 도시에서의 물물교환의 가치와 달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침 먹고 바로 하는 일이 점심을 준비하는 일인 것처럼 하루 종일 자급자족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하다 보면 그냥 사 먹는 게 훨씬 편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아파트 생활과 달리 주택에서의 삶은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해야 할 일이 투성이다. 이미 시골에서의 삶이 몸에 익은 어르신들은 동작이 엄청 빠른 것을 자주 보며 평화로워 보이는 것과 달리 시골에서의 삶이 훨씬 더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는 주말의 구분이 없고, 계절의 때에 따라 움직인다.


시골 쥐와 도시 쥐 모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바쁘다

그래야 굶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남에서 나고 자란 강남토박이더라도 해외에 나가면 시골 쥐가 된다. 


시골 쥐가 되어 도시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기도 하고, 또 가끔은 도시 쥐가 되어 시골의 평화로운 삶을 마음에 품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쳇바퀴를 돌고 있는 햄스터처럼 지내는 것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골 쥐도 도시 쥐도 햄스터도 모두 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익숙하고 가진 것을 사랑해야 하지만 

또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항상 시골 쥐도 도시 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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